[김형태기자] 수원시와 손잡은 KT가 전북-부영과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에서 승리했다. KBO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KT가 부영에 앞선다는 10구단 평가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다. 총회의 승인을 거치면 KT는 10구단 창단 주체가 된다.
'거물' KT가 프로야구 10구단으로 사실상 결정된 배경은 몇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운영비가 드는 프로야구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력이다. KT는 지난해 매출이 무려 22조원에 달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통신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에는 금융과 렌탈, 미디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연 300억∼400억원의 비용이 드는 프로야구단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
부영 역시 자산 규모 10조원이 넘는 알짜배기 기업이지만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KT의 규모에 비해서는 다소 왜소해 보인 게 사실이다. 10구단 평가위원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둘째는 시장성이다. KT의 연고지인 수원은 인구만 110만명이다. 경쟁지인 전북의 전주가 65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큰 우위를 지닌 셈이다. 프로야구단이 없는 전국 비광역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인근의 화성, 오산, 안산, 용인. 군포, 성남 시민들도 잠재적인 고객으로 내세울 수 있다. 확장성이 뛰어난 것이다.
KT와 수원시는 "경기 남부권 인구만 900만명"이라며 흥행에 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과 부산에 이은 전국 3번째 규모의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영이 전주가 아닌 전북 전체 연고를 강조하면서 부족한 시장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애를 썼지만 힘이 달렸다.
셋째는 야구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다. KT와 수원은 빠르면 2015년부터 프로 1군 경기를 치르기 위해 기존 수원구장 리모델링 공사를 이미 시작했다. 모두 290억원을 들여 2만5천석 규모의 최신식 야구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KT만의 독자적인 새 구장도 지을 복안도 갖고 있다.
수원은 야구 동호인만 1만명이고, 경기 남부권에서 3만명이 주말 리그를 진행 중이다. 야구팬층이 무척 두텁다. 이들 적극적 팬들을 규합하고,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수원시와 KT는 다각적인 안을 검토 중이다. 고양 원더스 같은 독립구단 창단을 적극 지원해 독자적인 리그를 꾸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수원시와 KT가 10구단 창단 추진을 공식 선언한 뒤부터 프로야구 10구단은 수원 유치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전북과 부영이 활발한 행보와 무서운 속도로 야구계를 설득하고 다니면서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이었다.
뚜껑을 연 결과는 KT와 수원의 승리였다. 기본적인 인프라와 흥행 잠재력, 그리고 야구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10구단 평가위원회는 수원-KT의 손을 들었다.
이로써 프로야구는 서울 3구단(LG-두산-넥센) 인천(SK) 수원(KT) 부산(롯데) 대구(삼성) 광주(KIA) 대전(한화) 창원(NC)으로 확장됐다. 프로야구 32년 역사에 걸맞은 양적 성장이 이루어진 셈이다. 빠르면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가 정식 출범할 전망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