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드디어 LA 다저스 입단이 결정된 류현진은 앞서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여러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다. 한국 프로에서 활동하다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케이스인 만큼 대우가 융숭했다. 한국 최초의 빅리거인 박찬호 등 아마추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디뎠던 선수들과 우선 몸값에서 큰 차이가 난다.
류현진의 계약 조건은 6년 총액 4천200만달러(계약금 500만 달러, 옵션 포함)로 알려졌다. 계약금만 500만 달러로 1999년 김병현(넥센)이 성균관대 재학 시절 애리조나에 입단하면서 받은 한국인 역대 최고 계약금 223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 프로 출신으로 일본을 경유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이상훈(전 보스턴) 고양 원더스 코치와 현재 호주에서 활약 중인 구대성(전 뉴욕 메츠)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상훈은 1997년 보스턴과 계약금 105만달러, 2년간 연봉 230만달러 등 총액 335만달러에 2년 계약했다. 구대성은 계약금 없이 연봉 80만달러만 받았다.
이들과 달리 한창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맞은 류현진 영입을 위해 다저스는 아낌없이 돈다발을 풀었다. 포스팅금액으로만 2천573만달러를 써냈고, 6년 계약에 계약금 포함 연봉 3천600만달러, 매년 100만달러의 옵션 등을 안겼다. 최대 6천700만달러라는 거액을 류현진 한 명 영입을 위해 썼다.
류현진의 향후 일정도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배들과는 다른 길이 예정돼 있다. 우선 그간 한국 선수들의 통과의례였던 스프링캠프에서 빅리그 진입 경쟁 걱정은 덜어도 좋다. 다저스는 류현진을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즉시 전력감으로 판단하고 있기에 마이너리그 강등 우려는 배제해도 된다. 선발 진입 경쟁도 덜한 편이다.
다저스는 현재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FA 영입한 잭 그레인키를 비롯해 모두 7∼8명의 선발 투수를 확보한 상태다. 원투펀치를 이룰 커쇼, 그레인키를 받쳐줄 3선발감을 물색해왔다. 그러나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 등 노장들을 트레이드로 정리할 계획인 데다 채드 빌링슬리와 테드 릴리는 수술 후유증으로 내년 시즌 활약을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저스는 류현진을 선발진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어느 정도 경쟁은 불가피하겠지만 현재로선 로테이션의 몇 번째 순번을 맡을 지가 가장 큰 관심사일 뿐이다. 다저스도 거액의 몸값을 투자한 선수를 처음부터 중간계투로 활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거액의 몸값 덕분에 출발부터 탄탄한 팀내 입지를 확보한 셈이다.
내년 4월 정규시즌 개막까지 부상 등 의외의 변수만 피한다면 꾸준한 등판 기회도 보장된 상태다. 결국 류현진에게 남은 건 몸값에 걸맞는 꾸준하고 준수한 성적이다. 다저스는 당장 내년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벼르고 있다. 1988년 이후 24년간 '무관'에 그친 아쉬움을 한꺼번에 풀겠다는 각오다.
지난 4월 프랭크 매코트에서 금융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로 구단주가 바뀐 뒤 돈을 물쓰듯 하면서 유명 선수들을 끌어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현진 역시 다저스로서는 우승 도전의 중요한 한 조각으로 여기고 영입을 결정했다. 여러모로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류현진은 자신에 대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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