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시간이 임박했다. 류현진과 LA 다저스의 협상 마감시한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현장인 테네시주 내슈빌에선 연일 뉴스가 쏟아진다.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이런저런 소문과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특히 예상과 달리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다저스는 거의 모든 선발투수들과 연결되고 있다. 마치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이다.
◆美언론의 류현진 몸값 시비
미국 서부지역 최대 일간지 LA타임스는 7일(한국시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발언에 시비를 걸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3선발감이므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도 6년 전 3선발급 몸값을 보스턴에서 받았다"고 한 말이 팩트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보라스는 당시 "마쓰자카는 1선발감"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보라스는 이에 대해 "마쓰자카의 투구 능력만을 고려하지 않았다. 국제적인 마케팅 효과를 감안해 사용한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어차피 협상에선 '과장'이 곁들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꼽히는 유력지의 칼럼니스트가 이 부분을 꼬집어 별도의 박스 기사로 부각시킨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좀처럼 협상에 진척이 없자 오히려 현지 언론이 더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다저스 프런트의 심중을 반영한 기사로도 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류현진이 마쓰자카 정도의 몸값(6년 5천200만달러)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보라스뿐이다. 현실적으로는 포스팅비용인 2천500만달러 정도가 몸값 총액으로 유력하다는 게 국내외 야구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류현진 대타감 물색하는 다저스의 속내
다저스는 속이 타들어간다. 윈터미팅 기간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를 확보하고 이어 류현진 계약마저 확정한다는 복안이 헝클어졌다. 최악의 경우 둘 다 놓칠 수도 있는 만큼 대안을 강구 중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류현진을 놓친다면 트레이드로 방향을 선회할 전망이다. 탬파베이 에이스 제임스 실즈와 뉴욕 메츠의 사이영상 투수 R.A. 디키가 유력한 후보다.
실즈나 디키 급의 선수를 영입하려면 대가가 만만치 않다. 팜의 유망주들을 대거 내줘야 한다.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또 다른 FA 투수들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그레인키의 '대안'으로는 우완 아니발 산체스와 카일 로시 등이 유력한 후보다. 문제는 이들도 쉽게 사인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서 여러 팀과 접촉할 기세다. 구단들의 애를 태워 몸값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돈방석을 깔고 앉은 다저스이지만 상황이 이러니 전혀 소득이 없다. LA타임스는 "조그마한 영입 성과도 거두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저스 구단을 힐난했다.
◆2천500만∼4천만달러에서 타협?
보라스는 '돈이 되는' 선수의 협상은 계약 무산의 위기감이 감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끌고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급할 게 없다는 자세다.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을 받는 쪽은 구단이라는 판단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류현진의 경우도 거액의 포스팅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계약을 희망하고 있는 건 다저스다. 마감시한이 임박해질수록 류현진의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보라스는 믿고 있다. 다저스의 다년 계약 제시를 거부한 그는 단년 계약을 하자며 맞섰다.
역대 포스팅시스템 사례를 볼 때 5∼6년 계약은 일반적이다. 포스팅비용이란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구단은 가급적 오랫동안 선수의 보유권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라스는 계약기간을 무기로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저스는 초기 협상에서 계약기간 5∼6년에 2천500만달러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보라스가 마쓰자카 급의 몸값을 계속 주장할 경우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5∼6년 4천만달러까지 몸값이 뛰게 된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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