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현역 생활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 사이에는 선수와 구단의 계산이 복잡하게 깔려 있다.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박찬호(한화)와 박경완, 박재홍(이상 SK) 등 레전드급 굵직한 선수들의 거취 문제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처지는 각자 다르다. 구단에서 현역 연장을 바라는 선수가 있는 반면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방출 통보를 받은 이도 있다. 정상에서 한 걸음 내려와 거취를 고민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저마다 복잡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5일 장학금 전달식을 통해 시즌 종료 후 첫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미국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여서 내년 거취에 대한 언급이 기대됐다. 그러나 확답을 들을 수 없었다. 박찬호는 "구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지켰다.
한화 구단은 보류선수 명단에 박찬호를 포함하며 다음 시즌 그의 잔류를 희망했다. 팀의 대표 선수인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태라 박찬호까지 빠지면 공백이 너무 커진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인 박찬호의 존재만으로 선수들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박찬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며 "(은퇴와 선수생활 지속) 확률은 반반이다. 곧 발표를 하겠다"고만 전했다.
SK 포수 박경완은 구단과 대립 상태다.
박경완은 구단 관계자와 만난 자리서 선수 생활 연장 의사를 전했고, SK는 박경완을 내년도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당시 SK는 보도자료를 통해 "SK를 떠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선수 생활을 여기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박경완의 소감까지 전했다.
그러나 박경완의 생각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박경완은 벤치만 지키는 현역 연장이 아닌 그라운드를 택하겠다고 했다.
박경완은 올 시즌 1군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10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다음 시즌에도 SK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게 제일 나은 선택이지만, 지금과 같은 출장 횟수라면 SK가 아닌 다른 팀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게 박경완의 생각이다.
박경완은 다음 달 1일 입국하는 이만수 감독과 직접 만나 자신의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재홍은 SK가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내년 시즌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재홍과 구단의 줄다리기는 지난 시즌부터 팽팽했다. 구단은 은퇴 후 해외 코치연수를 제안했고, 박재홍은 현역 연장을 고집했다. 지난해에는 2차 드래프트 영향으로 다시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시즌 성적은 46경기서 타율 2할5푼(104타수 26안타) 5홈런. 올 시즌 그는 통산 3천루타와 300홈런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구단은 올 시즌 종료 후에도 작년과 같은 조건을 내밀었고, 이번에도 박재홍은 현역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SK는 보류선수 명단에서 박재홍을 제외했다. 박재홍은 SK를 제외한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데뷔한 박재홍은 통산 타율 2할8푼4리 300홈런 1천81타점 267도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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