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중 선참급들은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일찌감치 A대표팀 코치로 시작해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아 사상 첫 동메달 획득에 일조한 홍명보(43) 감독을 시작으로 2008년 12월 황선홍(44)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지휘봉을 잡았다.
뒤이어 지난해 유상철(41) 감독이 대전 시티즌에 취임했고 FC서울 최용수 감독(39)이 중도 경질된 황보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체제로 한 시즌을 보낸 뒤 올해 정식 감독에 선임됐다.
팀 전력이 약한 유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은 나름대로 성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이들의 성과는 도드라졌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동메달을 획득하며 황금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에서 두 차례나 리그컵, FA컵 준우승에 머무르다 올 시즌 FA컵 우승을 제조했다. 첫 우승에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최용수 감독도 정식 감독 첫 해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었다. 소위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벽을 만들지 않으며 어울렸고 서울에 두 번째 두 번째 우승별을 가져다줬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전 유상철 감독의 마음을 어떨까, 유 감독은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의 위험한 강등 싸움의 현장에 서 있었다.
대전은 경기 전까지 승점 46점으로 13위를 기록중이었다. 강원FC(42점), 광주FC(41점)와는 나름 승차가 있었다. 이날 광주만 잡는다면 강등 싸움에서 탈출이라 총력전이었다.
유 감독은 "광주가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해서 우리도 강하게 맞불을 놓을 것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지도자에 입문한 2002 세대들의 성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한다며 전혀 부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럽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 서글플 것이다"라며 "내가 우승팀에 갔다면 당연히 (우승에 대한) 독기를 품었을 것이다"라며 각자 처한 환경에서 달라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강등권에서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서 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같은 조건, 같은 출발점에서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팀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라며 "오히려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먼저 하고 있다.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라며 대범함을 보였다.
한술 더 떠 "최용수가 대전에 오면 강등 상황을 겪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우리팀 생각에 빠져 다른 팀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라며 웃어보였다.
그의 말대로 대전은 1-1로 비기며 강등권 탈출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내년부터 담배를 끊겠다는 유 감독의 다짐도 43라운드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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