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귀띔을 해드렸어야 했는데…"
SK 조동화는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장인, 장모를 위해 키스 타임 이벤트를 준비했다. 최근 얻은 딸 예원 양을 돌봐주시는 장모님께 뜻깊은 선물을 하고 싶어서였다.
조동화는 구단 직원과 머리를 맞댔고, 문학구장 경기 7회초 종료 후 열리는 키스 타임 이벤트를 생각해냈다. 조동화는 키스 타임 때 나란히 앉은 장인과 장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했다. 2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사위의 기특한 마음이었다.
드디어 7회초 삼성의 공격이 끝나고 전광판에 키스 타임을 알리는 문구가 등장했다. 마지막 커플은 약속된 대로 나란히 앉아있던 조동화의 장인 김윤규(56), 장모 홍옥화(55) 부부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위가 기획한 특별 이벤트가 있는 줄도 몰랐던 장인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함께 자리했던 조동화의 어머니가 보다 못해 옆에서 장모의 등을 밀었지만 두 번째 기회도 물거품이 됐다. 자신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자 장인 김 씨는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조동화는 "집에서 함께 식사하면서 토론을 벌였다"며 웃었다. "장인어른은 키스 타임이 있는 줄도 모르셨대요. 미리 귀띔을 좀 해드렸어야 했는데. 2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얼마나 당황하셨을까요. 카메라가 비추길래 조동화 장인이라서 인사하라는 뜻인 줄 아셨대요."
조동화와 조동찬은 현역 프로야구 선수 중 대표적인 형제 선수다. 두 선수의 소속팀인 SK와 삼성이 3년째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이들 부모의 사연도 자주 소개됐다. 그리고 조동화는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장인과 장모를 떠올렸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이제 조동화는 더 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비록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제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으로 행복을 드리고 싶어요." 야구선수 사위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 모른다.
키스 타임 이벤트도 뒤늦게 성공(?)했다. 야구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다. "오늘 이벤트에 장인어른도 즐거워하셨어요. 다음에 기회 되면 그 때는 미리 말해달라고 하시던데요. 오늘 못한 키스는 집에서 해주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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