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쫓기는 입장이 됐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여전히 강했다. 8-12로 역전패한 28일 한국시리즈 3차전은 삼성이 자멸한 경기였다. 그러나 천천히 되짚어보면 SK도 기분 좋게 웃을 처지는 아니다.
이날 SK는 17안타로 12득점했다. 홈런을 3개나 쳐내며 화끈한 타력을 과시했다. SK의 대량 득점 뒤에는 삼성의 실책이 숨어 있었다. 1회 배영수, 4회 진갑용, 그리고 6회 김상수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이 때마다 찬스가 이어진 SK는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를 뒤집었다.
문제는 SK 마운드다. 이날 삼성 타선은 SK 투수 6명을 상대로 8안타와 볼넷 5개를 섞어 8득점했다. 8안타 가운데 장타가 절반인 4개다. 경기 후반 투입된 송은범과 박희수를 제외한 SK의 나머지 투수들로부터 점수를 얻었다. 2차전부터 살아난 삼성 타선의 파괴력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SK가 승리했음에도 안심할 수 없는, 패한 삼성이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선발진이다. 1차전 선발인 윤희상을 제외하곤 믿을 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 각각 2, 3차전 선발로 투입된 마리오와 부시는 기대 이하였다. 3차전 롱릴리프로 투입된 채병용도 구위가 많이 처진 모습이었다. 반면 삼성은 선발진이 여전히 견고하다. 3차전 선발 배영수가 조기 강판됐지만 구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4차전 선발인 탈보트가 어떤 투구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선취점을 얻은 팀이 승리한다는 이번 시리즈의 속설은 3차전에서도 들어맞았다.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진 경기였지만 어쨌든 먼저 점수를 올리면 야구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4차전 역시 초반 3회까지가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선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탈보트와 김광현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한 투수들이다. 탈보트는 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위주의 볼배합으로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이 돋보인다. 다만 시즌 후반 피로가 누적되면서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한 달 가량 쉴 수밖에 없었다. 오랜 휴식으로 인한 투구 감각 회복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위력적인 직구와 슬라이더를 보유한 김광현은 기복 문제가 걸린다. 한 번 리듬을 타면 9회까지도 자신의 투구를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가 단적인 예다. 당시 문학 1차전에선 6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했지만 5차전에선 3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삼성은 3차전에서 '철벽'으로 불린 불펜이 무너졌다. 프라이머리 셋업맨 안지만을 비롯해 모두 6명의 불펜 요원이 투입됐지만 합계 5이닝 9실점으로 난타를 면치 못했다. 안지만은 투구수 28개, 권혁도 21개를 던졌다. 이틀 연속 등판하기에는 적잖이 무리가 따를 수 있다. 4차전을 앞둔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일 듯하다.
4차전은 한국시리즈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경기다. 삼성이 이기면 우승을 코앞으로 당기는 셈이고, SK가 이기면 시리즈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혼전에 빠져든다. 이번 포스트시즌 최고의 혈전이 예상되는 4차전은 29일 오후 6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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