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긴 팀이 있으면 진 팀도 있게 마련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이제 삼성은 2승만 더 추가하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SK, 빗나간 좌완 대비책
결과론이지만 25일 열린 2차전은 SK에게 아쉽다. SK 이만수 감독은 삼성의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삼을 대비하기 위해 1차전과는 다른 선발 출전 명단을 짰다.
좌투수인 장원삼을 상대하기 위해 '좌완 스페셜리스트'인 이재원, 모창민이 함께 선발 출전했다. 이재원은 이날 이호준 대신 4번타자로 나왔다. 그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해 팀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왼손투수 상대 성적이 16타수 7안타(2홈런) 6타점 타율 4할3푼8리로 워낙 좋았다.
이 감독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재원 카드를 선택했다. 왼손타자 조동화를 빼고 모창민을 투입한 것 역시 장원삼을 상대하기 위한 맞춤 전술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못했다.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재원은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을 뿐 이후 중견수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났고 9회초 타석에서 이호준과 교체됐다. 1루수 겸 7번타자로 선발출전한 모창민도 우익수 뜬공과 삼진에 그쳤다.
▲삼성, 흐름 가져온 한 수 '번트 대신 강공'
반면 삼성은 작전이 들어 맞으면서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3회말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진갑용이 타석에 나왔다. 진갑용은 왼쪽 종아리 근육통으로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삼성 벤치는 보내기 번트를 먼저 지시했다. 0-0으로 맞선 가운데 선취점의 중요성이 높았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진갑용은 SK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가 던진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구째도 번트 자세를 취했지만 볼이 들어오자 배트를 거둬들였다.
진갑용은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마리오가 3구를 던지는 순간에도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자세를 바꿔 배트를 휘둘렀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이었다. 진갑용의 타구는 3루수 최정의 옆으로 빠져나가는 좌전 안타가 됐다. 보내기번트를 시도해 성공시켰다면 1사 2루가 될 상황이 무사 1, 2루가 됐다.
삼성은 다음 김상수가 정석대로 보내기 번트를 해 1사 2, 3루 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들었고 배영섭이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중견수 김강민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0-0 팽팽한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SK는 배영섭 타석 때 수비 위치가 평소와 달랐다. 내야수들은 땅볼 타구에 대비하며 3루 주자를 홈에서 잡기 위해 전진수비를 했다. 외야수들도 내야수와 간격을 좁히고 플라이 타구 때 홈송구를 하기 위해 평소와 견줘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상황에 따른 수비 시프트를 쓴 셈이다. 물론 그 이유는 배영섭이 아무래도 장거리 타자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SK 벤치는 큰 타구가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배영섭이 외야 플라이를 쳐도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설령 적시 안타가 나오더라도 2루 주자의 득점만은 막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SK의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배영섭의 한 방에 2실점한 마리오는 그 때부터 흔들렸고 결국 계속해서 만루 위기에 몰린 뒤 최형우에게 만루홈런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2차전 승부는 사실상 3회말에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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