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천만 채우려 자리 지키는 '도둑들'이 진짜 도둑" 직격타

[정명화기자] '베니스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도둑들'에 쓴소리를 날렸다.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피에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은 "좋죠. 좋은 일이고 제가 받은 상이기도 하지만 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국제적으로 소개되고 많은 관객이 있었던 것이 누적되서 이런 좋은 상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영화계에 준 상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이 상을 받은 것에 깊은 축하를 주는 분들은 소리없이 저를 지지해 주는 제 영화의 관객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뿌듯합니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고 유럽에서만 인기가 있는데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면 나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내 영화를 지지해 주는 팬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심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의 상영관과 회차가 여전히 늘어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도둑들'의 스크린 유지를 비난했다.

"영화를 만들고 '극단적 자본주의'에 대한 영화라고 말해왔다. 가족, 복수, 믿음 등 다양한 주제를 깔고 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가족이 파괴되고 돈 중심 사회가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유럽에서도 놀란 것이, 예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기립박수가 나왔다고 해서 놀랐다. 그때 기자들이 본상을 수상 못한 것을 많이 항의했다. 이번에도 10분간 기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고 해서 놀랐다. 영화를 만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도 '영화제 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고 해서 기분이 참 묘했다. 본 상영회때도 어느 기자가 '산사태같은 박수가 쏟아졌다'라고 썼는데, 그 현장 있던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극장이 많지 않다. 그러나 내가 늘 멀티플렉스 폐해를 주장하면서 관을 차지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퐁당퐁당'으로 상영되다 보니 극장수보다는 회차가 좀 늘어났으면 한다. '도둑들'이 아직도 1천회 정도 되는데, 우리 점유율이 60% 정도 되는데, 상도상 이정도면 관을 늘리는데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런데도 15% 점유율에서 안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이상하다. 천만을 채우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도둑들 아닌가 싶다. 무수한 마케팅과 독점 속 싸움에서 나는 화가 난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악마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분)에게 엄마라는 의문의 여자(조민수 분)가 나타난 뒤 서서히 밝혀지는 비밀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영화제 이후 독일로 향하려던 애초 일정을 변경해 지난 10일 조용히 귀국했다.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쓴 김기덕 감독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매체가 성황을 이룬 가운데, 이번 기자회견은 방송과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한민국 영화 사상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첫 최고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지난 6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