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주제는 '경이로운 영국'이었다.
대니 보일 감독이 총 지휘한 개막식은 영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문화까지 총망라한 그야말로 경이로운 무대였다. 3번째 올림픽을 치르는 영국이기에 펼쳐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개막식 후 본격적인 메달 경쟁이 시작됐고 또 다시 경이로운 장면들이 등장했다. 몇몇 감동적이고 짜릿한, 스포츠만이 전해줄 수 있는 경이로운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경이로울 만큼 어이가 없고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경이로운 수준으로 오심 판정을 내리는 자질 없는 심판들이 득실거리는 것, 이 또한 런던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경이로운 일이 아닐까.
유독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기에 자질 없는 심판들이 총동원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들은 경이로울 정도로 오심을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런 뻔뻔함과 무능력, 그리고 불쾌감은 가히 경이롭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무대라는 올림픽에서. 그것도 3번이나 올림픽을 치르는 영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황당함과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
한국 선수단은 자질 없는 심판이라는 또 다른 적과 싸워야만 했다. 오심과 판정 번복은 선수들의 심리적 상태를 동요시키고 경기력을 떨어트린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잃게 만들고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최고의 선수라 해도 오심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성적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왜 한국 선수들이 자질 없는 심판으로 인해 이런 피해를 계속 봐야 하는가. 4년의 노력에 대한 판정을 맡기기에는 그들의 수준이 너무나 낮다.
시작은 수영의 박태환이었다. 남자 수영 400m 예선에서 조 1위를 기록했지만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 판정이 나왔다. 세계적 선수 박태환 본인도 영문을 모르는 부정 출발이 경이로운 심판들의 눈에는 보였나 보다. 결국 판정은 번복됐고 박태환은 결승에 올랐지만 심리적 압박감을 완벽히 벗어나지 못하고 컨디션이 흔들려 2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은 유도로 자질 없는 심판들이 옮겨왔나 보다. 남자 66kg급에 나선 조준호는 8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와 만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심판위원장이 나서 판정을 번복했다. 결국 조준호는 8강전 승리를 도둑맞고 패자조로 밀려나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절정은 펜싱에서 나왔다. 여자 펜싱 개인전 에페 4강전에서 한국의 신아람은 연장전 1초가 남은 상황에서 승리를 도둑맞았다. 이미 시간이 지난 후 성공한 상대 하이데만의 공격을 심판이 점수로 인정한 것이다. 어이없는 상황에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기세가 꺾인 신아람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자질 없는 심판들이 돌아가며 한국을 괴롭히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판정과 오심에 눈물과 분노가 낭비되고 있다. 경이로움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런던 올림픽이라고 해서 꼭 심판의 오심마저 경이로울 필요가 있을까.
지금 런던 올림픽에 얼마나 자질 없는 심판들이 득실거리는지 문원배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문 위원장은 조준호 판정 번복과 관련해 "유효에 가까운 비중 큰 스코어를 상대가 땄는데 심판들은 그 스코어를 인식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내용면에서 조준호가 압도하니 이기는 것으로 착각해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즉 경기를 진행하고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들이 유도의 승리 룰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어떤 점수를 따야 승리할 수 있는지 3명의 심판 모두가 몰랐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능력한 심판들인가. 유도의 기본 중의 기본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런 심판들이 올림픽이라는 최고 무대에서 판정을 내리고 있다.
그저 운이 없었다고, 심판 잘못 만나 억울할 뿐이라고 넘기기에는 앞으로 더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나 더 많은 자질 없는 심판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 두렵다. 얼마나 더 많은 오심으로 선수들을 힘들게 하고 꿈을 앗아갈지 불안하다.
물론 심판의 자질이나 경기배정 문제가 모두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탓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이로운 런던 올림픽이 경이로운 '오심 올림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식의 경이로움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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