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 1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강병식을 2군으로 보냈다. 강병식은 팀의 주장을 맡고 있었다.
강병식이 2군으로 내려가자 주장 자리가 비었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 고민을 했다.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거쳐 이택근에게 새 주장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이택근을 불러 이 사실을 통보했고 이택근도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고참 또는 나이가 어린 선수에게 주장을 맡기기보다 팀 내에서 중간에 있는 (이)택근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강병식은 송지만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고참이다. 김민우, 김수경 등이 그 다음이다. 김 감독은 "부주장을 맡고 있는 (김)민우도 지금 1군에 없다. 팀의 구심점 노릇을 해야 하는 선수가 필요했다"며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결정을 해야했다.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뭉쳐야 할 시기라 이택근이 리더 역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감독은 "내가 택근이에게 짐을 짊어지게 한 거 같다"고 미안한 마음을 덧붙였다. 강병식은 2010년 선수단 투표에 의해 주장이 됐다. 이제는 후배 이택근에게 그 자리를 넘기게 됐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택근이가 주장을 맡는다는 부분에 동의했다"고 했다.
이택근은 "중요한 시기에 주장을 맡게 돼 책임을 느낀다"며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도 이제는 이기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4강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도움을 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주장이라는 타이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도 어느덧 팀에서 고참선수가 됐다. 그 동안 내 자신의 야구만 했다면 이제는 팀의 야구를 할 때"라고 얘기했다.
김 감독은 이택근에게 '희생'을 강조했다. 이택근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는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에서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며 "출루, 홈런이나 타점, 그리고 앞 뒤 타선을 위해 희생을 해야하는 타자가 다 다르다. 나 또한 다른 선수들을 위해 자기 기록보다는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택근은 주장이 된 첫 날인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중견수 3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회초 공격 무사 1, 2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나와 벤치 사인대로 희생번트를 댔다. 서건창과 장기영은 이택근의 번트로 한 베이스씩 진루했고 다음 박병호의 땅볼에 서건창이 홈을 밟아 선취점을 냈다. 김 감독이 요구하고 이택근이 받아들인 희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장면이다.
이택근은 "대학교 시절(이택근은 고려대를 나왔다) 주장을 했었는데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그 자리를 다시 맡았다"며 "하지만 그 때는 오직 프로에 가기 위해서, 내 자신만을 위해서 야구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나 하나뿐 아니라 팀 전체가 야구를 잘해야 한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지만 꼭 4위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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