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명기자] 삼성 최형우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개인통산 100홈런을 채웠다.
최형우는 12일 대구 LG전에서 팀의 6-5 승리를 이끄는 결승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지난 6월16일 두산전 3호포 이후 근 한 달, 18게임 만에 맛본 시즌 4호 홈런이자 통산 100홈런 고지에 올라서는 홈런이었다.
지난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하며 삼성의 통합 우승에 최고 활약을 했던 최형우는 올 시즌 지독한 부진에 시달리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홈런이 3개에 그쳤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이날 경기 5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형우는 타격 침체의 설움을 톡톡이 맛보고 있었다. 5회말 삼성이 한 점을 내 3-2로 리드를 잡고 계속된 2사 3루 추가득점 기회에서 4번타자 박석민 타석이 되자 LG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있던 좌완 최성훈은 박석민을 고의4구로 걸렀다. 다음타자 최형우와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최형우는 여기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지만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삼성은 최형우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이어갔으나 이지영이 바뀐 투수 이동현을 상대로 중견수 뜬공 아웃돼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비슷한 상황이 7회말 삼성 공격에서 또 벌어졌다. LG가 6회초 한 점을 만회해 3-3 동점을 이룬 가운데 7회말 삼성은 2사 2루의 기회를 잡았고, 4번 박석민 타석이 됐다. 마운드에 있던 LG 4번째 투수 좌완 이상열 역시 박석민과의 승부를 회피했다. 고의4구로 내보내고 다음 최형우와의 승부를 선택한 것이다.
두 번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최형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상열의 2구째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고,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쭉쭉 뻗어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최형우의 3점 홈런으로 6-3 리드를 잡은 삼성은 9회초 LG의 막판 추격에 시달리기는 했으나 끝내 6-5 승리를 따냈다. 3점차의 여유 속에 마무리 등판한 오승환이 다소 방심한 탓인지 2안타 1사구로 두 점을 내주고 진땀을 흘렸지만 승리는 지켜냈다. 시즌 19세이브를 올리며 구원 공동선두 프록터(두산) 김사율(롯데, 이상 21세이브)을 추격했다.
승리한 삼성은 시즌 42승(2무31패)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최형우의 방망이를 막지 못한 LG는 6연패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 6월22일 롯데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후 자책성 화풀이를 하다 오른손 부상을 당한 LG 마무리 봉중근은 3-6으로 뒤진 8회말 구위 점검 차원에서 마운드에 올라 3자범퇴로 막아내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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