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달 30일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참았던 칼을 뽑을 것이라 했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기력한 성남을 살리기 위한 칼이다.
K리그 19라운드 강원FC와의 경기에서 1-2로 패배한 후 신 감독은 "이제는 칼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이대로는 되지 않는다. 얼마나 강하게 칼을 뽑을 지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칼은 뽑아들 것이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며 분위기 반전을 위한 극약처방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후 신 감독은 매서운 칼을 뽑아 들었다. 주전 미드필더 윤빛가람의 2군행이 시작이었다. 신 감독은 팀에 해가 되는 고의적인 파울로 퇴장을 당한 윤빛가람을 2군으로 보내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들었다.
신 감독의 칼날은 윤빛가람에 그치지 않았다. K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상운을 J리그 주빌로 이와타로 이적시켰다. 그리고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요반치치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2군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적응을 하고 또 정신적인 측면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신 감독이 뽑아든 칼은 효과를 봤다. 무기력한 성남은 없었다.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선보였고 성남 선수들의 투지는 빛났다. 신 감독이 뽑아든 칼로 인해 성남은 빠른 시간 안에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20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 수비가 단단하기로 유명한 전남을 상대로 성남의 공격진은 화려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연신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한상운, 요반치치는 없었지만 새롭게 영입한 레이나와 1군으로 복귀한 윤빛가람-홍철-에벨톤으로 이어지는 제로톱이 화려한 모습을 뽐냈다.
전남에 선제골을 내줘 0-1로 뒤지던 후반 5분 제로톱의 멤버인 홍철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홍철은 완벽한 패스워크로 아름다운 골을 만들어냈다. 골 장면 외에도 성남 선수들은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비록 골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쉬운 1-1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며 승점 3점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성남 선수들은 희망을 쐈다.
신 감독은 "새로운 제로톱이 나섰는데 80%는 좋았다. 나머지 20%는 한 주 훈련을 더 하면서 만들 것이다. 레이나가 공을 받으러 나왔을 때 사이드에서 에벨톤과 홍철이 파고드는 데서 부족함이 있었다. 또 윤빛가람이 레이나를 서포터 해주는 것도 부족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로톱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다"며 달라진 성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예전 무기력한 성남은 없었다. 투지와 투혼이 불탔고 짜임새 있는 조직력은 성남의 미래를 밝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12시즌의 진짜 성남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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