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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김민준 "내관 연기…결핍 있는 캐릭터에 끌린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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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이 팥빙수라면 정사신은 찹쌀떡"

[권혜림기자] 지난 2003년 방영된 MBC 드라마 '다모'에서, 김민준은 뜨겁고 장렬했다. 의사로 분한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와 OCN '썸데이'를 통해선 한없이 자상한 면모를 보여줬다. MBC 드라마 '친구'에선 마초의 얼굴을 했지만 '아일랜드'의 재복을 연기하면서는 머리에 핀을 꽂았다.

컬트적 캐릭터 발레 킬라로 등장한 영화 '예의없는 것들'에선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민준. 이번엔 내관이다. 김대승 감독의 신작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민준을 만났다.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조이뉴스24와 마주한 김민준은 "다 알고 봤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고 자신이 출연한 영화 '후궁'의 완성본을 처음 본 소감을 전했다.

◆"'후궁', 알고 봤지만 눈물 나더라"

"편하게 앉아서 보면서도 가슴 속에선 격한 감정의 충돌을 느낄 수 있는 영화에요. 저는 내용을 다 알고 봤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어요. 처음 보는 분들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제 연기에는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영화가 잘 나와 안도했어요. 캐릭터에 애정을 많이 쏟았거든요."

영화 '후궁'은 사랑 때문에 후궁이 돼야 했던 여인 화연(조여정 분)과 그를 향한 연정에 사로잡히는 왕 성원대군(김동욱 분),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 사내 권유(김민준 분)의 이야기를 그린 궁중 사극이다. 김민준은 화연과의 사랑 탓에 거세를 당하고 내관이 되는 인물 권유를 연기했다.

"까다로운 궁중 법도를 지키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행동이 제한적이니 몸 안에 끓는 분노와 증오를 눈으로만 표현해야 했죠. 사랑하는 여자 화연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 감정을 숙인 자세로 움직임 없이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후궁'이 팥빙수라면 정사신은 찹쌀떡"

개봉 전부터 수위 높은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은 '후궁'은 지난 21일 언론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빛을 본 '후궁' 속 정사신들은 예고대로 파격적이었지만 눈요기용 베드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중 펼쳐지는 숱한 정사 장면은 인물들의 심연과 갈등을 그려낸 적나라한 수단이었다.

"영화 '후궁'이 팥빙수라면 정사신은 찹쌀떡이에요. 맛있는 찹쌀떡을 쓴 거죠. 팥빙수는 비벼서 먹어야 제대로 맛보는 거잖아요. '후궁'은 연유도 팥도 훌륭한 팥빙수에요."

'번지점프를 하다'와 '혈의 누' 등 인상깊은 전작을 남긴 김대승 감독은 김민준으로선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혈의 누' 시나리오를 읽은 적이 있어요. 캐스팅 때문에 본 것이 아니라 태국의 섬으로 여행을 갔을 때 가져가서 그냥 읽은 거에요.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비오는 날, 전화기도 없는 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 한국으로 전화를 했어요. 이미 다른 훌륭한 배우들에게 역할들이 돌아갔더라고요.(웃음)"

그런 김대승 감독으로부터 '후궁'의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김민준에게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돌아다니던 시나리오를 보는 수준이었는데 캐스팅 첫차를 탔으니 얼마나 좋았겠냐"며 웃어보였다.

◆"결핍 있는 캐릭터에 끌린다"

김민준의 필모그라피에는 꽤나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훤칠한 외모와 어울리는 엘리트 역할이나 남성적 이미지를 살린 마초 캐릭터를 수차례 맡은 그지만 엉뚱하고 독특한, 혹은 결핍을 안은 인물들 역시 몸에 잘 맞는 옷처럼 소화했다는 점이다.

MBC 드라마 '아일랜드'의 이재복이나 영화 '예의없는 것들'의 발레 킬라에 이어 남성성을 거세당한 '후궁'의 권유 역시 김민준의 호흡으로 살아났다.

"'아일랜드'는 컬트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었어요. 지금도 마음 속에 꼽을 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에요. 저는 무언가가 부족한, 결핍된 캐릭터들에 끌려요. '아일랜드'의 재복이도 그랬고 '후궁'의 권유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제 안에도 여러가지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서일 거에요."

어느새 그는 양 극단의 캐릭터를 오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됐다. 스크린 속 권유와 눈이 마주친 순간, 관객들은 배우 김민준이 아닌 사랑과 자신을 동시에 잃은 한 남자의 숙명을 만난다. '후궁'으로 밀도를 높인 김민준의 필모그라피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로 채워질지 사뭇 궁금해졌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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