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신흥 명문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북 현대에 대해 수원 삼성 관계자들은 시선을 내리깔고 있다. 전북의 성장 과정에 수원 출신 핵심 자원들을 대거 활용했다는 자부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지난 2005년 여름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해 두 번의 정규리그와 한 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만들었다. 최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기 이전 수원에서 김호 감독을 보좌하며 수석코치를 지냈다. 최 감독과 함께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포함된 신홍기 코치도 수원에서 선수 생활 말년을 보냈다.
최근 특별귀화 논란이 있었던 에닝요의 경우도 2003년 수원을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브라질로 돌아갔던 그는 2007년 대구FC를 통해 K리그로 컴백했고 2009년 전북 유니폼을으로 갈아입었다. 어쨌든 에닝요의 K리그 시작은 수원에서였다. 전북 중앙 수비수 조성환도 2001년 수원에서 데뷔했다.
이 외에도 전북 구단의 의무스태프 두 명도 수원에 있었다. 수원 관계자는 "전북은 수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갔다. 감독은 물론 팀 닥터까지 모든 부문에 수원의 색채가 묻어있다"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그래서인지 수원은 한때 전북을 '승점자판기'로 불렀다. 때가 되면 승점 3점을 가져다주니 이처럼 좋은 먹잇감이 어디 있느냐며 비꼬는 표현이었다. 수원은 전북에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23승10무7패의 압도적인 상대 전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 감독 부임 뒤에는 오히려 전북이 수원을 압도했다. 5승6무1패(정규리그, 리그컵)로 전북이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지난 2008년 9월 27일 5-2 승리 이후에는 4승4무로 무패를 자랑한다.
전북 관계자는 "최 감독 체제에서 우리는 수원에 딱 한 번 졌다. 수원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싶으면 이겨놓고 말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8경기 무패를 기록하는 동안 수원전에서 넣은 골만 20골이다. 수원은 9골이 전부다"라고 수원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양팀의 라이벌 관계는 2008년부터 폭발했다. 전북이 수원 원정에서 5-2 대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조재진이 친정 수원을 향해 이른바 '감자바위'로 추정되는 세리머니를 해 감정이 격화됐다. 2008년 수원에서 7경기를 뛰고 기량미달로 퇴출당한 루이스는 전북에 입단 후 에이스가 됐다. 전북 유니폼을 입자마자 "수원과 언제 만나느냐"고 물은 일화는 유명하다.
2009년 7월에는 수원의 곽희주가 전주 원정에서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리다 복귀한 김형범에게 부상을 입혔다. 곽희주는 미안함을 표시했지만 전북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오는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팀이 만난다. 맞대결 결과에 따라 선두권 싸움이 요동칠 수 있다.
마침 상황도 절묘하다. 수원은 스테보-라돈치치-에벨톤C로 이어지는 외국인 트리오의 위력을 앞세워 승점 29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북은 최근 네 경기에서 3승1무에 13골을 퍼부으며 '닥공'이 살아난 것을 알림과 동시에 승점 24점으로 4위까지 점프했다.
최근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편한 기류가 양 팀 사이에 흐르고 있다.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서정진이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전북 팬들에게 '배신자'로 찍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서정진은 경고누적으로 이번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또, 에닝요(전북)와 라돈치치(수원) 문제도 걸려 있다. 둘은 모두 귀화를 추진했고 함께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의 면접을 봤다. 그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한국어 구사 능력이 훨씬 좋은 라돈치치를 외면하고 에닝요의 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재심 요청까지 했다. 이에 대해 수원 구단 쪽에서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수원은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난 뒤 전북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 상황이라 에닝요의 귀화에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원의 이런 의심에 전북은 따로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이다.
이런저런 상황들이 맞물려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할 게 많은 두 팀의 일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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