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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할 말 다하는 여자, 남자들이 싫어하잖아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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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독설가 '정인' 역

[정명화기자]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깨는 작업이 너무 즐거워요."

신비롭고 청순한 이미지 연예계 대표 동안 미녀로 사랑받아온 임수정이 독설가로 돌아왔다. 새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에서 임수정은 매사에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독설가 '정인' 역을 맡았다.

결혼 7년 차, 일본에서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붙같은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속사포같은 아내의 말과 사소한 한가지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아내의 비판정신에 남편은 질려버리고 만다. 이혼을 하고 싶지만 '이'자만 꺼내도 날아들 독설을 생각하면 벌써 피곤하고 겁이 나는 남편. 지방 전출을 신청하지만 눈치 없는 아내는 먼 강릉까지 쫒아오고, 결국 이웃집의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의뢰한다.

남미 영화를 원작으로 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은 남편을 질리게 만드는 여자 '정인' 역을 맡았다. 남의 생각이나 말은 듣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여자. 같은 여자가 봐도 질릴 법 하다. 나긋나긋하고 청순한, 혹은 신비로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임수정이 이 '독오른' 유부녀 역을 연기하는 것은 얼핏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카사노바의 유혹을 받으며 점점 여성성을 찾아가면서 사랑스러움을 되찾는 정인 캐릭터를 임수정은 자신의 모습인 양 연기했다.

"이번 영화는 제 전작들보다 관객이 보기에는 조금 더 쉽고 재밌는 작품이 될거에요. 제 취향도 그렇고 선호하는 작품이 장르적 색깔이 강하고 작품성이 짙어서 일반 관객이 볼 때 어렵고 불친절할 수도 있는 작품들이었잔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쉽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1년에 한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주관대로 작품을 선택해왔다는 임수정. 그러나 이번 작품만큼은 주위 사람들에게 설득당한 케이스라고 한다.

"늘 제 주관대로 선택을 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과 이선균, 류승룡 두 배우,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설득당했어요. 대사가 너무 많아서 걱정스러웠는데 다들 '잘 할거다'라며 절 부추겼죠.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정신적인 쇼크가 왔어요. 대사가 많은게 너무 힘들었어요. 말도 씹히고,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다 보니 외워지지가 않더라고요.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거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로맨스의 달인 이선균과 이룬 호흡은 단연 최고였다고.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을 찍으며 진짜 남편처럼 미운 정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둘 다 말수가 적지만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싸우는 장면부터 찍다보니 애틋하게 사랑하는 연기를 한 배우들보다 친근감이 다르다며 임수정은 웃었다.

실제 결혼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임수정은 "주위 사람들 말로는 결혼 6개월 후에는 권태기가 온다더라. 정말 결혼이 이런 걸까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극중 이선균같은 스타일의 남자와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젓기도 햇다.

"저는 제 얘기에 공감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자가 좋아요. 평생 그럴수는 없겠지만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두현'은 아내에게 무관심하잖아요. 정인에게는 세상과 감정을 통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인데, 그걸 못 받아주니까요."

임수정은 다른 이들에게는 독설적이고 세상만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정인이 유독 남편에게만은 관대한 이유가 바로 민규동 감독의 로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편에게만큼은 포용력있고 이해심 넓은 여자, 사랑과 배려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꿈 꾸는 남자들의 로망 말이다.

할 말 다하고 똑 부러지는 정인을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낀 적은 없는지 묻자 "내 자신도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고 임수정은 답했다.

"20대 초중반까지는 혼자 많이 참으려고 했어요. 그게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혼자서 해결하고 참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솔직한게 외려 타인을 배려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에스냐 노냐도 좀 더 명확해졌고요. 정인을 연기하면서 제 변화된 생각에 확신같은 걸 느꼈어요."

"정인과 제 실제 모습은 자기 주관이 있다는 점이 닮은 것 같아요. 저도 제 생각을 애기할 때는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거든요. 싫다 좋다도 분명하게 얘기해요."

임수정은 극중 정인처럼 할 말 다하는 여자, 똑똑하고 똑 부러지는 여자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의 호감을 얻기 힘들다는 대사에 공감한다고 한다.

"한국남자들이 정인같은 여잘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순종적인 여자를 아내감으로 선호하잖아요. 시대가 달라져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정인은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을 거에요."

"전 정인처럼 말이 많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었어요. 낯도 많이 가리고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하는 타입도 아니어서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적극적으로 다가가요. 나이가 먹어가면서 호불호가 더 분명해지고 있어요. 연예계 사람들은 잘 안 만나죠. 영화가 아닌 다른 문화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요. 신선한 자극이 되거든요.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데, 그런 면에서 연기나 캐릭터도 늘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깨가는 작업이 즐겁고 재미있다는 임수정은 8년여만에 드라마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2004년 팬덤을 불러 모았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영화에 전념했던만큼 드라마 출연을 고려한다는 말이 반갑게 들린다. 새로운 캐릭터와 작품이라면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겠다는 '욕심많은' 임수정이 안방극장에서도 얼굴을 보여줄 지 다음 작품 선택 역시 기다려진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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