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쉰 다음에도 잘하네요. 허허."
잘 나가는 팀은 경기를 하기를 원한다. 웬만하면 상승세를 잇고 싶어한다. 갑작스런 우천 취소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점에서의 비는 두산 베어스의 적이다. 4월 마지막 9경기서 7승을 거둔 두산은 1일 대구 삼성전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쏟아진 폭우에 경기 취소 결정이 났고, 두산 선수단은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이를 두고 "경기를 하는 게 우리에겐 가장 낫다. 그러나 비 때문에 취소가 불가피하다면 경기 시작 전에 취소되는 게 낫다. 결정을 빨리 내려달라고 경기 감독관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비가 내려도 경기를 하자고 해야 할 김 감독이다. 여유있게 대처한 이유는 다음 말에서 설명이 됐다. "참 재미있다. 올해 우리 선수들이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뭔지 아나. 쉬고 난 다음에 오히려 몸놀림이 좋아졌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예전과 달리 쉰 다음날에도 웬만해선 지지 않는다."
두산은 지난 주말 KIA 3연전을 2승1패로 마감했다. 그러나 월요일인 지난달 30일이 이동일이었고, 1일은 비로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이틀이나 경기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3일 만에 '플레이볼' 선언이 울려퍼진 2일 대구구장.
두산은 물 흐르듯 자연스런 게임을 이어갔다. 초반 적시에 선취점을 뽑고 중반에는 추가점을 얹었다. 선발로 나선 에이스 니퍼트는 삼성 타선을 연신 돌려세우며 역투를 거듭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상승세가 꺾이긴커녕 쉬고 난 다음에도 좋은 페이스가 이어진 것이다.
2회초 선취 2득점이 경기를 쉽게 풀어가게 된 요인이었다. 선두 이원석의 좌전안타에 이은 양의지의 볼넷. 대타 허경민이 희생번트를 실패했지만 정수빈 타석 때 상대 선발 윤성환의 폭투가 나왔다.
공이 포수와 3루 덕아웃 사이 그물망 쪽으로 빠진 사이 2루주자 이원석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어 살았다. 계속된 1사 3루에선 정수빈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얹어 2-0.
5회에는 중심타선에서 한 몫 했다. 허경민의 우익선상 2루타와 볼넷 2개로 잡은 2사 만루. 4번타자 김동주는 2루수 옆을 꿰뚫는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여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나머지는 니퍼트의 몫이었다. 니퍼트는 최고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섞어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1회, 2회, 4회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후속타자들을 침착하게 잡아냈다.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4승째(1패). 투구수 108개에 탈삼진 6개 볼넷 2개를 기록했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이 5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한 게 뼈아팠다. 1-5로 뒤진 8회말 박석민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차까지 쫓아갔지만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5-3 두산의 승리. 두산은 이날 넥센에 패한 롯데를 제치고 5일 만에 단독 1위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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