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의 외국인 마무리 투수 스캇 프록터는 '컨트리보이'다. 미국에서 5대호 다음으로 큰 내륙호인 플로리다주 오키초비 호수 근처에서 성장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도 그곳이다. 프록터는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굉장히 큰 호수다. 내가 살던 곳은 이웃도 많지 않은 시골"이라고 했다.
한적한 지방에서 자란 사람은 대개 두 가지로 분류된다. 대도시를 동경하며 좋아하는 쪽과 번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지방을 선호하는 쪽이다. 프록터는 대도시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도시인 뉴욕과 LA에 거주한 적이 있다. 동부의 양키스, 서부의 다저스에 몸담은 경험 때문이다. 프록터는 " LA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LA는 사막 기후다. 건조하고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환경이다. 아열대성 기후로 항상 습기 가득한 곳에서만 살아온 '플로리디언'인 그로선 무척 생소했을 터다. 구체적으로 싫어하는 이유를 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전혀 다른 날씨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프록터는 "뉴욕은 좋아한다"고 했다. 세계 최대 도시이자 문화와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복잡하고 지저분하며 비싸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뉴욕의 날씨는 4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와 비슷하다. 여름엔 습도 높은 찜통더위이고 겨울엔 칼바람이 분다. 수시로 소나기가 내려 맨해튼에선 우산 지참이 필수다.
그렇다면 프록터가 받은 서울의 인상은 어떨까. 그는 "뉴욕보다 서울이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그가 꼽은 서울의 장점은 외국인과 네 아이의 아빠라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선 '교통'이다.
"서울은 뉴욕보다 지하철 시스템이 훨씬 잘 구비돼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지하철 수준은 세계적이다. 역사의 크기와 청결도도 웬만한 곳에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길 모르는 외국인도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둘째는 '안전'이다. "도시가 너무도 평안하다. 뉴욕에 비하면 범죄가 극히 미미하다. 밤에도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서울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치고 서울의 범죄율은 무척 낮은 편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외국 대도시들과 비교해 가장 우위에 서 있는 점이다. 역시 플로리다 출신으로 지난 1998년 첫 외국인 용병 선발대회를 거쳐 OB베어스에 합류했던 타이론 우즈 또한 "서울에선 밤에 마음껏 걸어다녀도 무사하다"고 감탄한 적이 있다.
프록터는 올 시즌 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투구 내용은 꽤 불안했다. 실점 위기에서 동료 수비수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다. 특히 지난달 30일 잠실 KIA전에선 9회초 블론세이브 위기에서 우익수 정수빈의 그림같은 호송구로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정수빈에게 고맙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물론이다. 아예 다가가서 직접 껴안아줬다"며 "우익수뿐 아니라 좌익수(김현수)의 도움도 받았다"고 했다. 프록터는 지난달 18일 잠실 삼성전 9회에도 좌익수 김현수의 홈송구로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프록터는 "우리팀 투수들이 너무 좋다. 야수들도 다들 훌륭하다"면서 "내 투구 내용이 다소 흔들렸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한 달이 지나갔다.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팀승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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