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제 야구가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걸 못할 뻔했네요."
유니폼을 벗었던 야구선수가 집념으로 다시 현역 생활을 이어가며 이제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게 됐다. 류택현(41, LG)이 '인간승리'의 표본을 보여주며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류택현은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0-0으로 맞서던 7회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2009년 8월22일 사직 롯데전 이후 무려 960일만에 맛보는 승리의 기쁨이었다. LG는 8회초 3점을 내 삼성에 3-2로 승리했다.
1군 등판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류택현의 최근 1군 등판은 지난 2010년 7월18일 대구 삼성전. 630일만의 등판에 960일만의 승리투수. 또한 2000년 이후 LG가 12년만에 개막 2연승을 달리게 한 승리이기도 했다.
류택현은 지난 2010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구단은 은퇴를 권유하며 수술을 만류했지만 류택현은 자신의 꿈을 굽히지 않았다. 수술과 재활 훈련 모두 자비를 들여 진행했다. 그만큼 야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년여의 재활훈련을 소화한 류택현에게 결국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LG 스프링캠프에 플레잉코치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선수로서의 훈련에 코치 업무까지 주어졌지만 류택현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묵묵히 몸을 만들고 후배들을 챙겼다.
류택현의 노력은 스프링캠프에서 펼쳐진 연습경기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지나 2월14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한 것. 이날 경기 후 류택현은 설레는 눈빛으로 "감개무량하다. 힘들었던 장면이 하나 둘 스쳐간다.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1차 목표를 달성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연이은 호투를 선보인 류택현은 지난 6일 발표된 26인의 개막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7일 삼성과의 개막전을 앞둔 대구구장에서 류택현은 이렇게 말했다.
"신인 때보다 훨씬 설렌다. 그 때는 야구를 모르고 할 때였다. 이제는 야구를 알게 됐고, 재밌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그걸 못할 뻔하다 다시 하게 된 것이다."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한 류택현은 다음날인 8일 기어이 1군 마운드를 밟고 승리까지 따냈다. "구속이 140㎞까지만 나와도 맞지는 않을 것 같다"던 류택현은 이날 최고 구속 139㎞를 기록하며 서서히 컨디션도 끌어올리고 있다.
류택현은 대기록 수립까지 바라보게 됐다. 투수 통산 최다경기 출장 기록이다. 이날 등판으로 류택현은 통산 812경기에 출장했다. 이 부문 1위는 SK의 조웅천 코치가 기록한 813경기. 앞으로 두 경기만 더 등판하면 류택현이 1위에 오르게 된다.
사실 최다경기 출장은 송진우의 통산 최다승(210승), 양준혁의 통산 최다 홈런(351개) 등과 비교하면 크게 주목받는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꾸준한 자기관리가 없다면 절대 세울 수 없는 기록이기도 하다. 류택현은 그런 꾸준함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에는 프로 최초로 100홀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팬들에게는 감동을 전하는 류택현의 재기. 포기하지 않으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불혹을 넘긴 야구선수가 확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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