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 혹은 복도에서 만났을 때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지나가던 신인이 어느덧 데뷔 3년차에 접어들었다. 제법 연차가 있는 선배 형들과 농담도 하고 피칭에 대한 진지한 얘기도 나눈다. KIA 투수 심동섭(21. 좌완) 이야기다.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KIA의 1라운드 부름을 받고 데뷔한 2010년, 심동섭은 스프링캠프에서 허리통증으로 조기 귀국한 후 7개월 이상 재활로 시간을 보내다 시즌 막바지에야 1군에 올라왔다. 당시만 해도 붉은 여드름이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얼굴 전체에서 초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얼굴도 익히지 못한 선배들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등 팀의 막내 그 자체 모습이었다.
지난해엔 모든 면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보인 시즌이었다. 초반부터 1군에 머물며 원포인트릴리프로 활용되었고 맡겨진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냈다. 2011시즌 57경기에 등판해 55.1이닝을 던져 3승1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 차세대 KIA 좌완 에이스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큰 키(185cm)에서 내리꽂는 높은 타점과 예리한 각도로 무장한 변화구, 또 기본적으로 타고난 빠른 볼을 앞세웠는데 무엇보다 큰 박수를 받은 건 '배짱 투구'였다.
2012년 3월 20일, 목동구장에서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스무 살을 넘긴지 꽤 되었으나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는 듯 전년도에 비해 한결 다부지고 단단해진 체구였다. 그래도 트레이드마크인 여드름만큼은 여전했다.
심동섭은 미국 전훈 기간 어깨 통증을 호소, 선동열 감독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볼을 잠시 놓고 재활 트레이닝에 집중한 결과 현재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 상태. 이 날 라이브 피칭도 무난히 소화해냈다.
"작년 시즌 막판부터 안 좋았는데 좀 쉬면 나아질까 했죠. 이번 주 내로 시범경기에 한 번 시험 등판할 거 같아요. 아직 컨트롤은 제대로 잡히지 않는 거 같아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아프지 않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요."
윤석민, 양현종, 한기주 등 20대 중반의 선배 형들과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는 그는 해가 거듭되면서 전체적으로 생활 면이나 심적인 면에서 편해지고 여유로워졌노라 살짝 귀띔했다.
"제 밑으로 후배도 생기고 짧은 기간 정말 많이 달라졌죠(웃음). 올해 목표요? 아직 딱 정해놓은 건 없어요. 아! 하나 있네요. 우승이요. 초중고교 시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아요. 광주일고 3학년 때 아쉽게 봉황대기 준우승 했잖아요. 제가 못해서(웃음). 올해는 제 손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어요. (선동열) 감독님이 워낙 그 쪽 방면에서는 기가 세시니까 잘 되지 않을까요?"
모교 선배기도 한 선동열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은 채 시즌 성적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전까지 심동섭은 자신의 역할과 보직 그리고 개인 성적만을 언급하는데 급급했다. 감히 팀 성적을 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뷔 3년차, 이젠 당당히 우승을 말한다. 2012시즌 심동섭의 활약이 은근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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