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절정을 향해 순항하던 프로야구가 크나큰 악재를 당했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승부조작이라는 그야말로 쓰나미급 재앙이다. 만에 하나 프로야구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야구인들과 팬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큰 사안이다.
최근 프로배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대구지검에서 구속수사를 받던 브로커 강모 씨가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진술을 했고, 이 사실이 흘러나오면서 야구계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프로축구계를 휩쓴 승부조작 후유증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프로배구에서 사건이 터졌고, 이제는 프로야구로 불길이 옮겨붙고 있는 것이다. 많은 야구인들이 설마했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수도권팀 2명의 주전투수가 고의볼넷을 내주는 수법으로 불법도박사이트에서 배당금을 나눠가졌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모 선수는 브로커에게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자진신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저런 승부조작 관련 정황과 진술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야구계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에도 승부 조작 사실이 발생한다면, 한국스포츠는 도대체 무엇이냐"는 푸념까지 했다.
프로야구는 2012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 원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던 프로야구는 2000년대 초 다소 떨어진 인기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다시 증폭시켰다. 이후 야구열풍은 매년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서른살을 맞은 지난 2011년에는 무려 680만9천965명이라는 관중을 기록했다. 사상 첫 6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을 넘어 사실상 700만 관중을 노려볼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더욱 팬들의 시선을 잡아둘 호재가 많다. 해외파 스타들의 국내 복귀다.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 투수 박찬호가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까지 통과시키며 한화로 복귀했고, 김태균 역시 일본도전을 그만두고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때를 맞춰 '아시아홈런왕' 이승엽이 8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유턴했고, '핵잠수함' 김병현도 넥센 유니폼을 입으면서 야구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와중에 프로야구 승부조작 건이 불거져나왔다. 더욱더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는 최상의 조건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행위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구의 특성상 승부조작이라기보다는 투수의 초구 볼-스트라이크, 또는 의도적인 볼넷 등 상황별 조작이라고 보는 편이 맞지만, 이것 자체로도 팬들을 기만한 행위다. 일생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야구에 모든 것을 바친 다른 선수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헛되게 만드는 범죄다.
아직까지 대구지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았고, 해당 선수들의 가담여부에 대한 수사확대 방침도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만으로도 야구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충격과 후유증은 그 어느 종목보다 클 전망이다.
700만 관중을 바라보며 황금기를 맞이하던 프로야구가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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