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는 '2011 야구인의 밤'이 개최되었다. 1958년 시작되어 올해로 54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는 '이영민 타격상'을 비롯해 초중고교 우수선수, 지도자, 원로 야구인을 대상으로 시상을 하며 한 시즌 아마 야구를 총결산하는 자리였다.
고교 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은 16경기에 출전, 74타석 65타수 31안타(타율 4할7푼7리)를 기록한 박민우(휘문고 졸업예정. 내야수)가 받았다. 고교우수투수로는 황금사자기대회에서 무쇠팔을 자랑한 변진수(충암고 졸업예정. 사이드암)이 선정되었다. 대학 우수투수와 타자상은 각각 윤명준(고려대 졸업예정. 우완)과 박해민(한양대 졸업예정. 외야수)가 수상의 영예을 안았다.
"3주 후면 깁스 풀어요." 윤명준은 절뚝거리며 행사장에 나타났다. 광주 동성고-고려대를 거쳐 지난 8월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1라운드(전체6번)로 지명돼 입단한 그는 지난 달 12일 수술대에 올랐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은 생각조차 못했어요. 다행히 구단에서 동의해주셔서 가능했죠. 입단하자마자 이렇게 돼서 저도 마음이 편치 않네요." 시즌 초반부터 계속된 오른쪽 발목 부위 통증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기에 수술을 결정한 것이다.
윤명준은 고교시절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기량을 펼쳐왔다. 최고구속 146km의 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대학 4년간 총 191.2이닝을 던져 14승 5패 평균자책점 1.74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176cm로 체구는 작지만 늘 팀의 에이스로 나서며 많은 경험을 쌓았던 것이 두산 1라운드 지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윤명준은 대륙간컵대회 참가 이후 곧장 일본으로 날아가 교육리그 참가 중이던 두산에 합류, 총 5경기에 등판해 9.1이닝 동안 무실점(피안타 3개, 탈삼진 6개, 사사구 2개)의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여 즉시전력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점수를 주지 않았을 뿐이지 평소에 비해선 구속도 별로였고 컨디션도 최악이었어요. 계속 아파서… 수술을 하고 나니까 마음은 편해요. 깁스 풀면 곧장 재활 들어가서 1차 스프링캠프는 어렵겠지만 2차 정도엔 합류할 계획이에요. 물론 몸 상태를 봐야겠죠."
윤명준은 지난 7월에 열린 대학하계리그 결승전에서 원광대를 상대로 1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1-0 완봉승을 따냈다. 118개의 볼을 던지며 허용한 안타는 5개. 사사구도 2개뿐인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고려대를 5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다.
윤명준은 '야구인의 밤' 시상식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저 중학교 때 우수선수상 받으러 왔었어요. 그 때는 올림픽 파크텔에서 했던 거 같아요. 당시 오승환 형, 최정 형이랑 나란히 수상자로 참석했었고 그냥 뭣도 모르고 밥 먹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제가 다시 이 자리에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날 행사에는 작년까지 고려대에서 윤명준을 지도했던 양승호 롯데 감독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 양승호 감독은 애지중지했던 제자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묻고 앞으로 잘 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을 드러내 중학교 우수선수상을 탔던 그는 7년 뒤 대학최고의 투수로 다시 시상식 무대 위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제가 지명회의 때도 1라운드 선수 중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았었잖아요. 그런데 두산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곰들의 모임' 행사 때도 수술 직후라 가질 못했어요. 제가 두산 선수라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옆에서 조용히 윤명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변진수(두산 2라운드 지명, 전체13번)는 "형은 완전 신비모드로 가는 거 같아요. 빨리 나아서 같이 운동해요, 우리"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자신이 1라운드 지명선수인 윤명준 몫까지 대신하느라 힘들다며 애교있게 하소연했다.
내년 신인 지명 1, 2번 선수가 나란히 대학, 고교 우수투수로 선정된 두산의 홍보팀은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이들이 프로에 입문해서도 학창시절만큼 해줄까?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분명 두산 마운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유망주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