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삼성 중심타자들 중 박석민과 최형우가 체면을 차리면서 이제 팬들의 시선은 채태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 공격을 책임지는 3인방 가운데 채태인만 아직까지 속시원한 타구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심타자로서 중용되고 있기에 채태인도 무언가 보여줄 때가 됐다.
삼성은 29일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8-4로 승리했다. 오랜만에 터진 화력도 반가웠지만, SK의 추격을 매번 끊어낸 안지만, 오승환 등 불펜의 힘이 대단했다. '투수왕국' 삼성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한판 대결이었다.
특히 4차전에서는 양 팀 화력이 살아났다는 점이 이전까지의 대결과는 달랐다. 삼성은 장단 13안타 6사사구, SK도 장단 10안타 4사사구를 뽑아내면서 상대의 마운드를 괴롭혔다.
그 과정 속에서 박석민과 최형우도 한 몫 했다. 박석민은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1회초 선제 1타점 적시타, 5회초 우전안타를 기록하는 등 멀티히트로 미소를 지었다. 삼성이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으니 결승타의 주인공이 바로 박석민이었다.
또 4번 좌익수로 출장한 최형우도 3회초 좌전안타, 7회초 우월 솔로포를 기록하며 포효했다. SK의 견제에 고전하며 진땀을 흘린 최형우였지만, 시즌 홈런왕의 위용을 과시하며 일격으로 되갚아줬다.
하지만 이날도 채태인은 딱히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6번 1루수로 나섰지만 볼넷 2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물론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략할 필요는 없고, 볼넷 2개를 얻어낸 것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채태인이 삼성 공격을 이끌어줘야 할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도 채태인은 부진하다. 팀내 가장 많은 4개의 볼넷을 골라냈다고 하더라도 4경기서 타율 1할8푼2리(11타수 2안타)는 낮아도 너무 낮다. 선발출장하는 주력군 중 채태인보다 타율이 낮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중심타자 박석민(3할5푼7리), 최형우(2할8푼6리)와 비교하면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삼진도 5개로 팀내 최다다.
류중일 감독은 시리즈 내내 채태인에 대해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채태인의 기용 여부를 물어보면 항상 "오늘도 나간다"고 답하면서 팀내 핵심 좌타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채태인은 올 시즌 뇌진탕 후유증을 겪으며 타율 2할2푼으로 부진했다. 이후 돌입한 한국시리즈서도 신중한 선구안으로 볼넷을 많이 골라 최소한의 임무는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령탑이 기대하는 화끈한 타격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삼성은 1승만 보태면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접수하는 상황이다. 채태인은 마지막 방점을 찍는 과정에서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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