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명기자] KIA 타이거즈 조범현(51) 감독이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KIA 구단은 18일 조범현 감독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후임으로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퇴 과정이 전격적이기는 했으나, 조범현 감독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올 시즌 중반까지 1위를 달렸던 KIA가 후반기 들어 추락을 거듭하며 페넌트레이스를 4위로 마쳤고,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승리를 거두고도 내리 3연패해 탈락하면서 광주 지역 팬심을 중심으로 조범현 감독의 사퇴에 대한 압박이 거셌다.
결국 조범현 감독은 지휘봉을 놓는 것으로 4년간의 KIA 타이거즈 감독직을 마감했다. 조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2년까지였으니, 1년 일찍 물러난 셈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조범현 감독은 성공한 타이거즈 사령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조 감독은 한때 '몰락한 왕가'였던 타이거즈에 숙원처럼 돼 있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감독이다. 불과 2년 전인 2009시즌 일이다. 올해 역시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퇴했다지만 팀을 4강에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쫓기듯 KIA 타이거즈와의 인연을 끝내게 된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된다.
SK 감독(2003~2006년)을 거친 조범현 감독은 2007년 시즌 도중 KIA 배터리코치를 맡으면서 호랑이 군단의 일원이 됐다. 그 해 팀이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물러난 서정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KIA 사령탑을 맡았다.
2008 시즌 리그 6위를 기록하며 타이거즈 감독으로서의 첫해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2009년 곧바로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뤄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SK와 벌인 한국시리즈는 역대 대표적인 명승부 시리즈로 꼽힐 만큼 인상적이고 감격적이었다.
2000년대 이전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타이거즈가 몰락의 길을 걸으며 'V10'에 대한 갈증이 너무나 커졌을 때, 조범현 감독이 구원자처럼 나타나 다시 정상으로 이끌었으니 이제 팀은 다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듯했다.
하지만 우승 다음 해인 2010시즌 KIA는 5위로 떨어져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했고, 올 시즌에는 4강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2009년 우승을 통해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 어쩌면 조범현 감독에게는 양날의 칼이 되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범현 감독이 4년간 KIA에 남긴 것은 적지 않았다. 팀 컬러를 바꿔낸 것이 가장 컸다. 과거 해태 전성기 시절의 묵은 때를 벗겨내지 못하고 있던 KIA를 새로운 팀으로 일구기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와 선수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통해 젊은피들이 KIA의 새로운 주역으로 속속 성장했다. 나지완 김선빈 김원섭 안치홍 등 야수진에서 현재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 윤석민을 필두로 손영민 양현종 곽정철 등 마운드의 신예 스타들이 조 감독의 조련을 통해 기량을 꽃피웠다.
용병 및 이적생들을 팀에 빨리 녹아들게 하는 데도 조 감독은 역량을 발휘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된 로페즈와 구톰슨 두 용병투수, 그리고 LG에서 이적해와 간판타자가 된 김상현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신예들과 절묘한 호흡을 이루며 일궈낸 것이 1997년 이후 12년만에 밟은 한국시리즈 정상이었다.
조범현 감독에게 '조갈량'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감독으로서의 이런 팀 운영 역량이 빛을 발한 덕분이었다.
올해에도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KIA 타이거즈였다. 당연히 조범현 감독은 최상의 전력을 꾸려 구단이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09년 우승 주역들이 건재한데다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이범호를 영입해 플러스 요인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주전급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주저앉으며 먹구름이 끼었다.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이런 예상밖의 변수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을 듯하다.
KIA의 새 사령탑은 선동열 전 삼성 감독으로 결정됐다. 아직까지도 타이거즈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선수'가 선동열 감독이다. KIA 팬들로서는 떠나는 조 감독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선 감독에 대한 열광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이 후임 선동열 감독에게 물려주는 사령탑 자리가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V10 업적과 함께 많은 자산을 남겨두고 떠나는 조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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