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렇게 대범해도 되나?" '이적생' 최동수(SK)의 말에는 걱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패배 후에도 "내일은 이기자"면서 서로 격려하는 SK 선수들을 보며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최동수도 SK의 팀컬러를 완전히 흡수했다. 그는 "괜한 걱정이었다. SK가 왜 강팀인지 이제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SK는 최근 한국시리즈 단골 손님이다. 지난 4년 동안 빠짐없이 우승을 다투는 최후의 2팀 자리에 올랐고, 그 중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생각하는 야구와 여유있는 플레이는 SK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LG서 SK로 이적한 최동수에게는 무척 낯선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오늘 졌으니 내일 이기면 된다'는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패배에 대한 지적이 늘어지는 게 아니라 포인트만 짚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도 안 받고, 강박관념도 없더라. 그리고 정말 다음 경기를 이긴다."
최동수는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거다. 선수들 속에 내재돼 있는 여유는 큰 경기서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SK는 KIA에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내준 뒤 3연승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탄탄한 마운드가 제실력을 발휘한 것은 물론, 잠잠했던 타선까지 터지면서 상승세를 확인했다.
롯데와 치른 플레이오프 1차전서 연정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한 SK는 2차전서 1-4로 패했다. 1승 뒤 1패. 하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자책 대신 "내일은 꼭 이기자"는 격려가 오갔다.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만수 감독 대행도 이런 선수들의 분위기를 만족스러워했다. 경기 후 이 대행은 "내가 자신있는 이유는 선수들의 패기 때문이다. 패배 후에도 선수들 표정이 밝았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이것이 SK의 분위기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3차전부터 홈경기다. 파이팅!"을 외친 뒤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적지에서의 1승1패는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다. 박희수, 정우람, 정대현 등 필승조들이 2차전에는 아예 등판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는 성과도 있었다. SK는 늘 그랬듯 여유 속 치밀함으로 3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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