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가 반격의 1승을 거머쥐었다. 사실상 벼랑 끝에서 건져올린 승리가 아닐 수 없다. 패했더라면 롯데는 또 한 번 허무하게 가을야구서 구경꾼 신세가 될 위기였다.
롯데는 17일 사직구장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송승준의 6이닝 1실점 호투 속에 6회말 전준우의 투런포 등 제때 터진 화력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는 롯데에게 있어 시리즈 승리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성과였다. 시리즈 전적을 1승1패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팀 분위기를 재정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1차전 패배로 인해 롯데를 지켜보는 시선 중에는 허무한 탈락을 예상한 이가 많았다. 모 해설위원은 "1차전 패배는 정말 롯데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말 운이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선제압 측면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1차전 승리를 허망하게 날렸다는 점에서 롯데의 악몽을 점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그런데 2차전에서 롯데는 이런 우려를 모두 씻어냈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 마운드에만 서면 두들겨맞기만 하던 송승준이 위력적인 포크볼을 앞세워 SK 타선을 틀어막았고, 뒤를 이은 계투요원들도 제 몫을 다했다. 3번타자 전준우의 투런포 일격과 SK의 뒷심을 끊어버린 강민호의 2타점 활약, 3루수 황재균의 잇따른 호수비 등 롯데는 팀 전체가 잘 맞아돌아가면서 '비룡군단'을 상대로 반격의 1승을 올렸다.
양승호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2차전은 반드시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2차전에서 무너지면 사실상 한국시리즈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전의를 다졌다. 2연패로 몰리지 않기 위해 양 감독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그리고 좋은 결과물을 수확했다.
일단 롯데는 19일 문학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사도스키를 선발예고했다. 4차전 선발은 아직 미정이지만, 3차전 경기내용에 따라 계투로 등판하지 않을 고원준이나 부첵이 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5차전까지 가게 될 경우, 1차전 선발로 나섰던 장원준이 다시 나설 것이 유력하다.
롯데는 2000년대 들어 가을야구서 역전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다. 오히려 역전당하는 수모의 주인공만 두 차례 경험했다. 2008년 준플레이오프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삼성에게 3패로 탈락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두산에게 먼저 1승과 2승을 챙겼지만 이후 3연패로 허무하게 짐을 꾸렸다.
이런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롯데가 1차전 모든 것을 쏟아붓고 패한 상황에서 거둔 반격의 1승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의기소침함을 한 방에 날려버렸고 양승호 감독에게도 자신감을 안겼다. 2차전 승리로 인해 살제 롯데 선수단 내에서는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롯데의 역전시리즈,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2차전 승리의 여파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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