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시즌 종료 후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두산과 LG의 신임사령탑이 모두 확정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대목은 솔솔 흘러나온 야구계 소문과는 달리 양 구단 모두 내부승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현직을 떠나 있는 베테랑 명감독들의 이름이 어김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렸지만, 두 팀 모두 구단 사정에 정통한 내부인사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두산은 9일 김진욱 1군 투수코치를 제8대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원 및 연봉 2억원 등 총액 8억원에 구단 측과 김 신임감독은 합의했다.
이에 앞서 LG 역시 지난 7일 김기태 1군 수석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박종훈 전 감독이 페넌트레이스 종료일인 6일 사퇴의사를 밝히자마자 LG는 그 이튿날 곧바로 김기태 신임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결국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한지붕 두가족' 두산과 LG의 선택은 내부승격이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김성근 전 SK 감독과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등 이미 프로의 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명감독의 선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양 구단의 선택은 프로 사령탑 경험이 없는 신임 감독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구단 측의 선택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바로 양 구단 모두 전 사령탑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것이다.
두산의 경우, 우승후보 0순위로 올 시즌을 맞이했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이어지면서 결국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 과정 속에서 김경문 전 감독은 자진사퇴하며 신생구단 NC 다이노스 신임 사령탑으로 옮기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이후 김광수 감독대행이 뒤를 이어받아 남은 시즌을 이끌었지만, 그 후유증을 메우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수 년간 우승에 목마른 두산인 만큼 이런 결과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 이에 일각에서는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의 유지보다는 새 감독 체제로의 전환이 유력할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 실제로도 두산은 이런 선택을 내렸다.
하지만 두산이 선택한 카드는 김진욱 투수코치였다. 김 신인감독은 부드러운 성품으로 선수단 내에서는 적이 없을 정도로 두터운 인망을 자랑하지만 프로감독으로서 검증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외부적으로 볼 때 우승을 위한 카드라기보다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단순한 '새판짜기'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LG는 이보다 더욱 심한 상황이다. 두산의 경우, 한 시즌만에 몰락했지만, LG는 지난해까지 무려 8년간이나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박종훈 감독의 사퇴(?) 이유가 결국 또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인데, LG 구단 역시 검증된 명감독보다는 김기태 수석코치를 감독 승격시키면서 또 다른 초보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야 박종훈 감독과 헤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어찌됐건, 두산과 LG는 신임감독 선임을 확정했고, 이제 내년 양 구단은 초보감독 체제로 시즌을 맞이해야 한다. 2012년 두산과 LG는 어떤 성적표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올 시즌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의 바람직한 '초보감독 성공' 선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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