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1년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 나선 이동국(31, 전북 현대). K리그에서 보여줬던 절정의 기량을 국가대표팀에서도 보여주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그는 침묵했다.
이동국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폴란드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장해 전반 45분을 소화했다. 45분 동안 이동국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전반 20분, 전반 24분 단 두 개의 슈팅만을 시도했다.
이동국이 이번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것은 슈팅 2개가 전부였다. 분명 기록적인 면을 보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팀 경기는 16골, 15도움을 올리고 있는 K리그 무대와는 달랐다. 이동국의 능력이 대표팀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팀의 전술에 이동국이 녹아들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동국이 빠진 후반에 한국은 공격흐름이 시원하게 풀리며 2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동국 침묵의 결정적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동국은 개인적인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이기에 가능했던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동국의 개인적 역량은 큰 문제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국이 아닌 나머지 선수들이었다.
전반에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무기력했다. 특히나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중앙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제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빛가람은 중원에서 원활한 패스 연결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양쪽 풀백 이재성과 홍철은 세밀한 공격 연결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양 날개인 박주영과 지동원이 볼을 잡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당연히 최전방 공격수인 이동국에게도 패스가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중원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연결과 양쪽 풀백의 무딘 공격가담이 양쪽 날개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고,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에게도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이동국은 골을 넣을 만한 마땅한 패스를 받지 못했다. 전반 20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위력적인 헤딩 슈팅으로 연결시킨 것이 다였다. 그런 패스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이동국은 침묵을 깰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한 축구해설위원은 "이동국은 잘했다. 이동국 개인적 능력을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성공적이었던 플레이었다. 특히나 폴란드의 강한 압박수비에도 헤딩 슈팅을 만들어낸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이동국 개인적인 문제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은 "한국이 공격적인 흐름을 가져가지 못한 이유는 중원에서 윤빛가람의 패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빛가람이 매끄러운 연결을 하지 못했다. 또 오른쪽 풀백 이재성이 볼컨트롤이 안 되고 패스타이밍을 놓쳤다. 왼쪽 홍철도 많이 부족했다. 그러니 박주영과 지동원에게 패스가 가지 않았다. 결국 이동국이 공격진들로부터 많은 패스를 받지 못했다"며 이동국이 침묵했던 이유는 나머지 선수들이 제역할을 해내지 못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후 만난 이동국은 "경기 초반에 상대 압박이 강했다. 패스가 많이 오지 않아 슈팅 기회가 많지 않았다. 헤딩 슈팅 한 차례가 아쉽기는 하다"며 질 높은 패스를 받지 못한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반, 윤빛가람이 빠지고 이용래가 들어오면서 한국팀은 중원에서 활기를 찾았다. 그리고 후반 12분 서정진이 투입되면서 공격수가 원하는, 골을 만들 수 있는 패스가 눈에 띄었다. 그런 패스를 박주영이 2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이동국이 빠져 공격의 활기를 찾은 것이 아니라 중원에서부터의 변화가 공격진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동국의 침묵은 이동국 주변의 침묵이 만들어낸 결과다. 주변 선수들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적인 공격수라도 쉽게 골을 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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