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3연속 영봉패 뒤 곧바로 3연속 영봉승.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전 이후 4경기서 총 2득점에 불과했던 넥센이 이후 4경기서는 무려 22득점을 올렸다. 무엇이 넥센의 방망이를 춤추게 한 것일까.
넥센은 1일 목동 한화전서 9-11로 패했다. 경기 막판까지 상대를 압박하는 넥센의 끈질긴 투지가 돋보였다.
4연패 후 맞은 지난달 28일 문학 SK전부터 넥센은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넥센은 SK에 5-0 완승을 거둔 뒤 다음날 LG를 홈으로 불러들여 또 다시 5-0으로 승리했다. 30일 한화전서는 3-0으로 완승, 3경기 연속 영봉승이라는 진귀한 기록을 달성했다. 앞서 4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분위기다.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꼴찌가 확정되고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던 넥센이다. '어차피 꼴찐데…' 선수들의 플레이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 때 팀내 최고참 송지만이 나섰다. 대구에서 3연패를 당한 후였다. "프로의식을 가져라. 지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 같은 프로 선수로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 치욕스럽지도 않나?" 송지만의 따끔한 일침에 넥센 선수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후 27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주장 강병식이 고참들을 소집했다. 김수경, 손승락, 김민우, 유한준이 한자리에 모였다. 팀내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오갔다. 이들은 "우리가 앞장서 팀을 이끌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2-10 대패. 이번에는 가만히 지켜보던 김시진 감독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자신있게 하자. 오늘 졌으니 내일은 이기자. 너희들은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 풀 죽어있지 말고, 기운들 내자"라고 격려했다. 감독이 선수들을 소집하는 것은 1년에 두 세 번 정도만 있는 일이다.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넥센의 연승이 시작됐다. 3연속 영봉패를 3연속 영봉승으로 되갚았다. 1일에는 비록 지긴 했지만 끈질긴 면모를 보이며 한화와 4시간 29분간 열전을 벌여 9회 정규이닝 최장시간 경기 기록을 경신했다. "프로 의식을 갖자"는 베테랑들의 솔선수범이 꼴찌 넥센을 움직여 의미있는 유종의 미를 거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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