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대구FC의 이영진 감독은 작품 만들기를 좋아한다.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뜻이다.
올 시즌 승부조작 파문으로 팀을 떠나기는 했지만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던 이상덕은 지난해 이 감독이 대구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주전 중앙수비수로 올라섰다.
프리킥이 일품이었던 이슬기는 잘 키워 포항 스틸러스로 보냈다. 선수 육성을 통해 시민구단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에는 공격수 김현성(21)이 이영진 감독의 지도로 새롭게 태어났다. FC서울에서 임대된 그는 186cm의 신장을 앞세워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도 발탁돼 지난 21일 오만전에서 후반 38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이 부활을 학수고대하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남 일화에서 임대해온 한동원(25)이 주인공이다.
한동원은 지난 2002년 남수원중 재학시절 안양 LG(현 FC서울)에 입단했다. 조광래 감독이 안양 감독 시절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의해 조기 발굴된 한동원은 고명진(FC서울), 이청용(볼천 원더러스)과 함께 안양의 미래로 기대를 받았다. 한동원은 이영진 감독과는 FC서울 2군 시절 사제의 연을 맺었다.
기대대로 한동원은 2005년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으로 활약하는 등 뭔가 보여줄 것 같았지만 이후 잦은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일본 야마가타로 이적했지만 역시 침묵했다. 결국 국내로 복귀했지만 FA 자격을 가진 그를 찾는 팀은 보이지 않았다.
유망주가 빛을 보지 못하고 헤매던 순간 이영진 감독이 한동원을 호출했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던 이 감독은 교체 요원으로 활용하며 처져 있던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감독은 24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 26라운드에 한동원을 선발로 내세웠다. 올 시즌 네 번째 선발이었다. 공격포인트 하나 없는 한동원이 뭔가 보여주기를 바랐다. 이 감독의 의도를 알았는지 한동원은 세트피스의 키커로 나서는 등 역동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경기는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대구는 전반 23분 수원 염기훈에게 프리킥 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어쩔 수 없이 이 감독은 공격 루트의 다변화를 위해 후반 10분 한동원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결국 경기는 수원의 2-1 승리로 끝났다.
그래도 한동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이 감독은 "(한)동원이는 재능은 있지만 힘이 떨어진다. 스피드도 없다"라며 "경기에 계속 나서면서 힘을 키워야 한다. 아직까지 90분 내내 힘있게 뛰지를 못한다"리고 말했다.
체력이 떨어진 데는 심리적인 요인도 한몫 한다. 대구가 없는 살림이다보니 화려한 이력이 있는 한동원은 스스로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가득 차 있다. 대구 관계자는 "훈련을 지켜보면 의욕은 넘치는데 과거처럼 센스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한동원은 대구로 1년 임대됐다. 이 감독은 "이제는 공격하지 말고 수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팀 전체에 뿌리고 있는 악바리 근성을 빨리 이식해 새롭게 태어나라는 이야기다. 한동원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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