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넥센의 영원한 '캡틴' 이숭용(40)이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숭용은 18일 목동 삼성전서 은퇴식을 치렀다. 지난 1994년 태평양 입단 후 팀 명칭은 바뀌었지만 이적 없이 한 팀서 2천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이숭용은 이날 삼성전을 마지막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숭용은 후배들에게 "너희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시간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캡틴, 오 마이 캡틴!'
이날 넥센 선수단은 '캡틴, 오 마이 캡틴(Captain, oh my captain)'이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뒤에는 이숭용의 이름과 함께 그의 등번호인 10번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숭용의 친구인 트로트 가수 서진필이 경기 전 축하공연을 했고, 개그맨 정준하가 목동구장을 찾아 친구의 마지막 경기를 함께했다.
경기 전에는 1루를 지키던 이숭용이 이날만큼은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큰아들 승빈(4) 군이 시타자로 나서 아버지가 던져준 공에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34일만의 선발 출전
이숭용은 이날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14일 이후 34일만에 나선 선발 무대다.
첫 타석에 들어선 이숭용은 삼성 포수 진갑용과 진한 포옹을 나눈 뒤 원정과 홈 팬들에게 차례로 허리 숙여 인사를 전했다.
2회말 2사 1루 첫 타석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숭용은 4회말 2사 후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5회까지 뛴 이숭용은 6회초 교체돼 물러나며 현역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 활약을 마무리했다.
"안타를 꼭 치고 싶다"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숭용의 진심이 담긴 마지막 스윙에 팬들은 큰 박수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눈물의 작별
5회말 종료 후 클리닝 타임에 이숭용의 공식 은퇴식이 열렸다. 3루 복도문을 통해 그라운드로 나온 이숭용은 마운드 위에 서 자신의 은퇴식 축하 메시지 영상을 지켜봤다.
이후 1루서 초등학교 시절 이종원 감독과 포옹을 한 이숭용은 2루에서 만화가 박광수 등 친구들과 만났다. 3루에는 영원한 스승 김시진 감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축하해야 할 일인지, 섭섭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제자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이숭용은 그렇게 3루를 돌아 홈에 있는 가족들과 만났다.
그라운드 순회를 마친 이숭용은 은퇴 소감을 앞두고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며 결국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야구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30년 전 일이 됐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가족을 얻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 있는 선수들과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에서 뛰고 싶었는데, 이제 선수로서는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후배들아, 고맙고 미안하다. 너희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시간은 가슴 깊이 새길게. 고맙다." 그리고 이숭용은 자신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큰 절을 했다.
은퇴 기념 티셔츠를 입은 선수들이 헹가래를 쳐주며 '캡틴'의 마지막을 축복했고, 이숭용은 다시 고개를 숙여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18년 동안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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