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흉년이다. 예년과 비교해 도루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의 도루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5일 현재 도루 부문 선두는 두산의 오재원으로 31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삼성 배영섭(29개)과 LG 이대형(26개)이 뒤따르며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선두 오재원이 기록할 시즌 도루 수는 45개. 지난 5년간 최저 수치다. 2005년 박용택(LG)이 43개의 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처음으로 50도루를 넘기지 못한 도루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올 시즌이 도루 흉년인 이유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대도 이대형의 부진 때문이다. 2007년부터 4년연속 50도루와 함께 도루왕 4연패를 일궈낸 이대형은 올 시즌 어깨, 복사뼈에 연달아 부상을 입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오랜기간 1군에 자리를 비운 사이 순위가 3위까지 밀렸고, 복귀 후에도 쉽게 도루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형의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은 66.6%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2.6%, 가장 성공률이 높았던 2009년 78%와 비교해 보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대형이 입은 부상과 관련이 있다.
이대형은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서 왼쪽 어깨를 다쳤다. 때문에 1군 복귀 후 다리가 먼저 들어가는 슬라이딩으로 방법을 바꿨다. 슬라이딩 방법을 바꾼 이후로 도루 성공률이 이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지난 7월 16일 1군에 복귀한 이후 이대형이 성공시킨 도루는 단 3개에 불과하다. 그 사이 도루 실패는 6개나 있었다. 33.3%의 성공률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재원의 페이스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4월 8개, 5월 13개를 기록한 오재원의 도루 수는 6월 6개, 7월 3개로 급감했다. 8월에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오재원은 배영섭이 2군에 있고, 이대형이 부진한 지금 격차를 벌려 놓아야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무서운 기세로 오재원을 뒤쫓던 배영섭 역시 부상에 울었다. 지난 7월 21일 SK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지난 13일부터 2군 경기에 출장하며 이달 안 1군 복귀를 목표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페이스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몰아 훔치기'에 능한 이대형이 언제 가속도를 낼지 알 수 없다. 지금껏 선두를 지켜온 오재원의 도루 능력도 무시할 수 없고, 배영섭은 곧 1군에 복귀한다. 3분의 1정도를 남겨 둔 올 시즌. 도루왕 경쟁도 여느 타이틀 못지 않게 끝까지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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