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최고구속 152km에 이른 직구는 2년 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제구는 완전하지 않았다. 한기주(KIA)가 약 2년만에 가진 실전 등판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남겼다.
한기주는 1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기주의 선발 등판은 2006년 8월 9일 대전 한화전 이후 1천799일만이었다. 5년 전 당시 한기주는 2이닝을 던져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또한 1군 경기 등판은 2009년 9월 25일 광주 넥센전 이후 22개월만이다.
한기주는 2009년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해오다 지난달부터 2군경기를 통해 실전 투입을 준비해왔다. 2군에서는 총 5경기에 나와 승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그리고 수술 후 20개월만인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이틀 후 곧바로 선발로 투입됐다.
한기주는 이날 두산전에서 총 60개의 공을 뿌렸다. 1회초 첫 타자 오재원에 볼넷을 내준 뒤 후속 타자들을 연달아 직구로 잡아내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한 한기주는 2회에도 직구 위주의 피칭을 이어갔다. 최준석을 7구 연속 직구를 던지다 8구째 슬라이더를 구사해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성열은 150km 빠른 직구로, 양의지는 148km의 직구에서 138km로 구속차가 큰 직구를 던져 땅볼로 잡아냈다.
2회말 이범호의 솔로홈런으로 팀이 선취점을 얻은 다음인 3회초 한기주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1사 후 내준 안타와 볼넷이 빌미가 돼 만루로 몰렸고, 결국 김현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가운데로 몰린 투심패스트볼이었다.
시험 등판 성격이 강했기에 한기주는 3회까지만 던지고 1-2로 뒤진 가운데 물러났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줄줄이 실점하면서 KIA가 2-11로 패하는 바람에 한기주는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전 7연승을 달려오던 KIA는 이날 연승을 마감하는 것과 동시에 삼성을 제치고 선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도 잃고 말았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2년만에 나온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피칭이었다"고 한기주의 복귀 첫 등판을 총평했다. 이 위원은 "2년만의 실전에서 60구는 결코 적은 투구수가 아니다.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직구는 스피드가 좋아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변화구의 각도나 코너워크는 아직 완성단계가 아닌 만큼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더해졌다. 이 위원은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힘이 떨어지고, 제구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볼의 무게나 변화구의 예리함 등은 향상될 것으로 본다. 아직은 힘에 의존한 투구였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첫 등판 이후 수술 받은 팔꿈치 통증 유무가 중요하다. 그동안 뛰었던 2군 무대와는 다른 긴장도 속에서 피칭을 했기 때문에 향후 팔꿈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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