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K리그 승부조작 파문 여파로 상주 상무의 골키퍼들이 사라졌다.
4명의 골키퍼 중 3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한 명 남은 권순태는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따라서 상주는 K리그 사상 초유의 일을 겪어야만 했다. 상주는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뼈아픈 현실에 놓이고 말았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7라운드 FC서울과 상주 상무와의 경기. 상주의 선발 골키퍼는 이윤의(24)였다. '수비수' 이윤의는 지난 2010년 강원FC에 입단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2011년 상주로 입단해 단 한 경기 출전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그가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상대로 골키퍼 장갑을 끼고 경기에 나섰다. 골키퍼가 한 명도 없는 팀 사정에 의해 임시 수문장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서울을 상대로 이윤의는 전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반 11분과 27분 데얀의 오른발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더니 29분 고명진의 왼발 중거리 슈팅도 깔끔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전반 39분 이윤의는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이전의 슈팅은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오는 것이라 비교적 쉽게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 39분 방승환이 때린 강력한 왼발 슈팅은 골대 사각지역으로 향했다. 이윤의는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멋지게 공을 쳐냈다. 이후에도 이윤의는 전반에 별다른 위기 없이 무실점으로 서울의 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이 되자 이윤의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윤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필드 플레이어 골키퍼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다. 후반 2분 잡았던 공을 그라운드에 내려놓은 후 다시 잡아 간접프리킥을 내줬다. 정식 골키퍼라면 하기 힘든 어이없는 실수였다.
그래도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이윤의는 후반 6분 몰리나의 프리킥을 어설프게 놓치더니, 후반 9분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데얀과 일대일 상황에서 각을 좁히고 나왔지만 데얀이 감각적으로 골키퍼를 피하는 슈팅으로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얼마 있지 않아 이윤의는 두 번째 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데얀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실수가 섞여있는 실점이었다. 데얀이 아크 중앙 부근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이윤의는 각도를 잡았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각도와 스피드였다. 이윤의는 공을 보고 몸을 날렸지만 공은 이윤의의 팔 사이로 빠지고 말았다. 그대로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9분 상주의 김민수가 동점골을 넣어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나는가 했으나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서울의 방승환이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3-2 서울의 승리.
이윤의는 최선을 다했고 전반전에 선전을 했다. 그리고 3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강호 서울을 상대로 선전한 것이다. 그 누구도 이윤의의 실점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다. 이윤의는 실점을 할 때마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지금 상주의 뼈아픈 현실, 자신이 골키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아픔을 온몸으로 말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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