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북 현대가 주전 골키퍼 A의 공백에 울상을 짓고 있다. A가 지난 시즌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전북은 후반기를 앞두고 주전 골키퍼 A의 공백이라는 난제를 만나 큰 고민에 빠졌다. A는 정성룡(수원 삼성) 영입 경쟁에서 그를 놓친 뒤 대안으로 심혈을 기울여 전남 드래곤즈에서 영입했던 골키퍼였기 때문이다.
전북은 프로축구연맹과 협의 후 A를 창원지검으로 보냈다. 승부조작과 관련해 지난해 전남에서 함께 뛰었던 상주 상무 소속의 B, C, D와 전남의 E가 소환돼 A가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24일 A와 면담을 했다는 최강희 감독은 "A는 침착한 성격이라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몇 차례 면담을 했지만 절대로 안 했다고 해서 믿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나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뿐 아니라 전남에서 또 다른 선수를 영입했던 강원FC도 마찬가지 사정. 강원은 수비수 F를 공을 들인 끝에 영입했다. 올 시즌 강원에서 12경기에 나서며 주전으로 자리잡는 등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부산 아이파크도 G를 영입해 수비라인의 한 축으로 내세웠던 터라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이들 셋은 모두 팀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주요 자원으로 영입됐기에 해당 구단들이 전남에 느끼는 박탈감과 분노는 상당하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A는 군입대한 권순태(상주)의 대체 요원, 강원에 간 F는 장기 부상에 시달려 팀에서 이탈한 김봉겸의 대안이었다. 부산으로 옮긴 G는 오랜 K리그 경력으로 안익수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해당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남이 해당 선수의 문제(승부조작 관련)를 알고서 우리에게 보낸 게 아닌가 싶다. 현재 심정으로는 전남에 금전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을 정도"라고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실제 전남은 문제가 된 선수들의 승부조작 관련 사실을 지난해 확인한 뒤 타 구단으로 보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남 사정을 잘 아는 축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몇몇 선수들이 구단에 각서를 제출했다. 이를 본 동료가 무슨 각서냐고 물었고 금지된 스포츠토토에 베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의혹을 뒷받침했다.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 대부분은 앞서 기소된 대전 시티즌이나 광주FC 선수들처럼 저연봉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은 두 배 이상이다. 선수들의 전체적인 도덕성 해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대전, 광주 선수들 모두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이들 세 명도 사실 확인이 되면 K리그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남에서 선수를 영입한 구단들이 이들에 대한 소문을 전혀 몰랐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A의 경우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갑자기 실점이 크게 늘어 의심을 받았다. 취재진도 A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 대한 비슷한 제보를 받고 구단에 문의하기도 했다.
이후 몇몇 구단은 선수들의 노트북을 수거해 베팅 사이트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등 '소문'에 대한 나름대로 대처를 했다. 때문에 충분히 해당 선수들의 문제점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분노는 뒷북으로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버스 떠난 뒤 손 흔들며 화내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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