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어떻게든 제가 끝내고 내려오고 싶었어요."
지난 17일 SK와의 경기는 LG 팬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LG 박종훈 감독도 "내게 6월 17일은 없다"며 쓰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LG는 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초 5실점하며 4-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밀어내기 볼넷으로만 4점을 내주는 등 가히 충격의 역전패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마운드 위에 서 있던 투수는 올해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임찬규. 그동안 '고졸신인'답지 않은 피칭으로 팀의 마무리공백을 잘 메우고 있던 그였지만 그날만은 볼넷을 남발하며 동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 1개 볼넷 5개를 내주며 최종 5실점,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박종훈 감독은 "사실 투수코치가 바꾸자고 했지만 내가 놔두자고 했다"며 "거기서 (임)찬규마저 무너진다면 뒤가 없다고 생각했고, 찬규도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겸허히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선수가 한 단계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수교체를 미뤘지만 안타깝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19일 SK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에서 만난 임찬규는 짧은 머리가 더욱 짧아져 있었다. 임찬규는 "그날 경기 끝나고 잘랐다"며 "그 머리로 승리 많이 했으니까 새로운 머리로 다시 많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패의 충격에서는 이미 벗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당시 마운드에서 임찬규는 투수교체를 바라는 마음이 없었을까. 임찬규는 "전혀 없었다"며 "어떻게든 내가 끝내고 내려오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임찬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랐던 박종훈 감독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임찬규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남았을 터. 임찬규는 "긴장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던지던 타이밍대로 투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그래도 안타로 점수를 내줬다면 나았을텐데 볼넷, 볼넷 하면서 실점을 해 아쉽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임찬규가 무엇보다 아쉬워한 것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임찬규는 "내가 등판할 때 관중석에서 팬들이 환호를 해주시는데 그게 정말 고맙다"며 "그런데 그날은 승리도 지키지 못했고, 팬들에게 보답도 못해 많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진에 대해서는 당당히 말하다가도 팬들을 이야기할 때는 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어린 투수가 이겨내기에는 벅차보이는 가혹한 결과. 하지만 임찬규는 이미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임찬규는 "친구들은 이런 경험 해보고 싶어도 못해보지 않냐"며 "지난번 보크 사건도 그렇고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대찬' 경험들이다"라고 빙그레 웃어보였다. LG 트윈스의 미래는 그렇게 한 단계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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