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배우 황정민에게 있어 연기의 시작은 그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그 인물의 역사를 만들고, 이해하고, 살아있는 것처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황정민표 캐릭터는 완성된다.
이번에는 기자다. 영화 '모비딕'에서 사회부 평기자로 거대한 음모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남자 '이방우' 역을 맡은 황정민은 촬영 전 모 신문사 편집국을 찾아가 기자들의 생활을 하나하나 공부했다.
"마감시간의 분위기, 호칭, 윤전소, 옷 그런 걸 다 유심히 살펴봤어요. 기자들의 꿈이 '윤전소를 멈출 수 있는 기자'라는 말도 들었고요. 기존에 연기했던 형사 캐릭터와 차별화시키려고 노력했죠. 어딘가 고급스럽게 보이고도 싶었어요. 귀티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기자는 고급직업이고 글 쓰는 사람이라서 막 굴러먹은 사람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으로요. 시나리오에는 욕을 하는 대사도 많았는데, 욕설은 다 빼자고 제안했죠."

극중 사회부 평기자인 '이방우'의 신분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황정민은 '여러 부서를 거쳐 팀장까지 하다, 자신이 원해서 사회부로 온 기자'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스스로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 연기를 위해 체험한 언론사는 군대를 연상시켰다고 한다.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호칭 등에서 엄격한 규율이 느껴졌다고.
"전에는 기자들이 부담스러웠어요. 영화담당 기자들은 영화를 편안하게 보지 않으니까 왠지 책 잡힐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편같고 그런 마음이에요."
영화 '모비딕'은 여름 성수기 시즌 개봉 예정이다. 황정민은 제목이 어렵고 음모론이라는 소재가 무겁게 다가갈 수 있지만, 가볍게 즐기면 좋을 영화라고 말한다.
"작년 초에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어요. 원래 '다빈치 코드'류의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관객이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여름 성수기에 블록버스터와 경쟁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기 보다 책임감을 느껴요. 지난 겨울 최악의 한파 속에서 정신줄 놓으며 고생했는데, 결과도 좋았으면 해요."
지난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부당거래'에 이어 '모비딕'까지 선굵은 캐릭터를 연기한 황정민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많이 있지만, 작품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과 재미"라고 말한다.
남성적이고 강한 캐릭터들에 이어 새로운 영화에서는 웃음을 줄 예정이다. 엄정화와 세번째 호흡을 이룬 '댄싱퀸'으로 소시민적 웃음과 애환을 보여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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