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A구단의 B감독은 최근 숨진 한 K리그 선수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선수들과의 미팅을 통해 "사설 토토 하는 사람 있으면 추후 조용히 보고해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 모두 침묵했고 최종 보고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한 선수의 죽음을 놓고 지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사설 토토'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K리그의 불법 도박에 의한 승부조작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소문으로 나돌고 있었음을 대변한다.
B감독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도 프로 선수에게는 용납이 안된다. 이런 마당에 주변 지인들이 선수들의 사설 불법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당시 미팅을 통해 주의를 줬다"라고 설명했다.
25일 프로축구의 불법 도박 연루 승부조작 건이 검찰의 수사를 통해 알려졌다. 소속 선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C구단의 경우 선수들에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실시한 불법 베팅 문제점 교육을 받게 한 것이 예방의 전부다. 적발시 벌금 5천만원에 영구제명이라는 징계 내용까지 설명했고 각서까지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C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고급 승용차가 생긴다든지 또는 경기력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선수들을 살폈지만 40명 안팎의 선수단을 전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라며 어설픈 선수 관리가 이번 사태를 키운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나마 몇몇 구단의 경우 내부 제보를 받은 뒤 선수들의 컴퓨터 등을 조사해 의심받은 이들과 계약을 해지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팀을 나간 선수들이 돈을 벌기 위해 현역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연락을 하며 영향을 미친 상황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D구단에서 계약에 실패한 E선수는 사설 도박 베팅에 대한 의심을 받아 올 시즌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과 상급기관인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대응도 화를 키웠다. 특히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비슷한 사례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도 조용히 수사가 마무리되자 안도하는 선에서 그치며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당시는 이렇다저렇다 말할 상황이 아니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선수) 두 명이 체포됐다고 하니 당황이 된다"라며 "각 구단 단장, 사장단 모임을 통해 확실한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답했다.
프로축구 16개 구단의 사장, 단장단은 26일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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