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빠르다!" 경찰 선수단이 머문 1루측 덕아웃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강진 대신 목동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퓨처스리그(2군리그) 넥센-경찰의 주중 3연전. 첫 날이던 지난 24일 넥센의 톱타자 고종욱(중견수)은 두 번째 타석에서 포수 앞 기습번트를 대고 1루 베이스를 순식간에 통과했다. 게다가 상대 실책까지 나와 단번에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고종욱은 세 번째 타석에서도 1루수 앞 기습번트 안타를 만들어냈고, 박정준(좌익수)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고종욱은 4번째 타석에서부터는 정식 타격 자세를 취해 내야 땅볼로 물러났고, 9회엔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는 깔끔한 우전안타를 쳐냈다. 이날 경기 타격 성적은 5타수 3안타. 경찰 선수단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접했던 고종욱의 빠른 발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11 신인지명 전체 19번으로 넥센에 3라운드 지명돼 입단한 고종욱은 개막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대졸신인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다. 하지만 10경기에서 1할7푼9리(28타수 5안타)에 그치며 지난달 16일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가다듬던 고종욱은 이날 경찰과의 경기 후 1군 합류를 명받았다.
기량면에서는 분명 차세대 유망주로 분류된 고종욱이지만 잔 플레이나 야구 센스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2군 경기를 통해 경험치를 끌어올리라는 지시를 받은 그는 한 달 넘게 2군 경기에 나서며 프로 적응에 구슬땀을 흘렸다.
2군에서는 22경기에 출전해 81타수 35안타(2루타 6개, 3루타 1개, 홈런1개)로 타율 4할3푼2리를 기록하며 남부리그 수위타자는 물론이고 북부리그까지 통틀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1군 입성을 기다려왔다.
1군에 다시 합류하게 된 25일, 정오가 조금 넘어 목동구장에 나타난 고종욱은 "어제 밤 연락을 받았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며 다시 시작되는 울렁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한 달이 넘었네요. 2군에서는 떨리지 않아 제 플레이를 다해 성적이 괜찮았는데, 다시 (1군에) 올라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잠도 설쳤어요. '잘해야 하는데' 하는 걱정 때문에요."
개막 첫날부터 기회를 잡고 큰 무대에 섰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그 땐 아무 생각 없이 게임에 쫓겼던 것 같아요. 이젠 여유를 갖고 대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막 초반 2주 정도를 1군에 머물다 2군으로 무대를 옮긴 고종욱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다 지난 주 드디어 규정타석을 넘겨 타격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타율을 기록한 비결을 묻자그는 의외로 덤덤하게 별 것 아니라고 했다.
"그냥 타율 조절을 좀 했죠. 번트나 내야 안타 등으로 일단은 살아나가는 것에 집중했어요." 한양대 재학 시절에도 타율 관리만큼은 철저하게 해내며 4년 평균 3할8푼대 이상을 지속했던 그 실력은 여전한 듯 보였다.
며칠 전만 해도 자기 실력은 2군이 딱 제격이라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김시진 감독이 잊은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며 울상짓던 그다. 그런데 막상 1군 합류 지시를 받고는 개인 욕심과 목표보다는 팀 성적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팀이 잘하고 있을 때 올라왔어야 하는데 일단 연패를 끊어야 할 거 같아요. 제 역할은 무조건 출루죠. 가라앉은 공격에 활력을 넣으라고 불러주신 거 같아요."
특히 고종욱은 자신이 2군에 가세하면서 팀성적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1군에서도 제발 그렇게 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제가 큰 힘은 될 수 없겠지만 연패 끊고 탈꼴찌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지난 번보다는 잘할 자신 있어요."
체중이 2kg이나 줄어들 만큼 2군 생활이 힘들었다는 고종욱은 그래도 운동하는 재미는 컸다며 웃었다. 이제 그는 1군에서 웃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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