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팬들 사이에서 '소통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는 롯데 양승호 감독. 그가 잘못된 판단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 굽히지 않는 소신이 있다. 바로 토종 클로저의 확보다.
올 시즌 양승호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롯데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정식으로 감독으로 선임된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초보감독'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즌 개막 후 여러 차례 판단 실수를 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양 감독의 소통과 변화능력. 양 감독은 잘못된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감독으로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빨리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겠느냐"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양 감독도 포기하지 못하는 '전략'이 있다. 바로 고원준의 클로저 기용이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뒷문이 헐거운 팀이다. 확실한 주전 마무리를 보유한 적이 없고, 이 탓에 매년, 매번 불안한 경기를 펼치기 일쑤다. 양승호 감독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결국은 고원준이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 몇 년이 흘러도 강팀으로 있기 위해서는 토종 마무리 투수가 절대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롯데는 선발로 시즌 개막을 맞았던 브라이언 코리가 마무리 보직을 맡았고, 당초 클로저였던 고원준이 선발진에 합류해 있다. 이는 4월 타선의 침체와 사도스키의 선발합류 지연, 코리의 체력적 한계 노출 등으로 양 감독이 결단을 내린 탄력적 운용의 결과다. 최근 고원준과 코리가 주춤하고 있지만 롯데는 '대반격의 5월'을 일궈내며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장기적으로 '클로저 고원준'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토종 뒷문이 강해야하는데 현재 이를 해결해줄 선수는 고원준 밖에 없다. 이재곤, 김수완이 살아나면서 선발진이 정상가동되면 고원준을 다시 마무리로 기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전준우의 3루, 홍성흔의 좌익수 기용을 실패라고 인정했다. 둘 모두 수비부담으로 타율이 떨어진 탓이다. 사실 이는 이승화의 끝없는 침묵과 손아섭의 초반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친 것이 원인이지만, 양 감독은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봐야한다"고 이를 인정했다. 이어 그는 "이승화를 다시 1군에 불러도 전준우는 3루를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략은 실패였다"고 확실하게 못박았다.
이런 양승호 감독이지만, 고원준의 클로저 기용만은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롯데가 강팀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토종 마무리 요원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판단한 양승호 감독이다. 그는 "롯데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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