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드디어 승률 '5할'이다. 시즌 개막 후 곧바로 추락하며 비난의 대상이 됐던 양승호 감독은 이제 롯데팬들에게 신뢰감마저 주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믿기지 않는 롯데의 올 시즌 행보다.
롯데는 지난 17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이재곤의 7이닝 2실점 역투 속에 2회초 박종윤의 밀어친 좌월 만루포, 3회초 홍성흔의 잡아당긴 좌월 투런포가 폭발하면서 8-2로 완승을 거뒀다.
특히 박종윤의 만루포는 의미가 있는 한 방이었다. SK 선발 이영욱이 2회초 홍성흔과 조성환에게 연속안타를 맞자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고효준을 투입하면서 진화에 나섰고, 이런 '야신'의 판단을 박종윤이 일격에 무너뜨린 것이다. 앞타자 전준우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를 만들고 박종윤과의 승부를 택한 SK는 그의 어퍼컷 스윙에 한순간 주저앉았다. 좌타자지만 좌투수(좌타상대 .375/우타상대 .289)에게 강했던 박종윤이 또 한 번 자신의 면모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만루포로 박종윤은 팀내에서 '비룡천적'으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해 5월 11일 사직 SK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정우람을 상대로 데뷔 첫 만루포를 터뜨린 후 또 다시 SK전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통산 13홈런 중 SK를 상대로만 6개를 터뜨렸으니 천적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외에도 롯데는 여러 수확이 있다. 3안타를 맹폭한 조성환과 시즌 마수걸이포까지 뿜어낸 홍성흔 등 부진했던 중심 타자들이 완벽히 살아났고, 부진으로 2군 강등까지 됐던 이재곤이 부활하면서 선발로테이션의 마지막 퍼즐까지 완벽하게 채워졌다.
8회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계투요원 김수완도 불안한 롯데의 불펜진에 힘을 실어주는 기대요소며 백업포수 장성우의 든든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롯데가 '비룡공포증'에서 탈출했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다.
여러 수확을 거두면서 팀성적까지 목표치에 도달했다. 17일 현재 롯데는 17승 17패 2무로 승률 5할을 달성했다. 양승호 감독은 개막 전 "5월까지 승률 5할만 유지하면 중후반 해볼 만하다"고 겸손한(?)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작 롯데는 4월 한 달간 승패차가 '-7'까지 떨어지면서 7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고원준과 코리의 보직변경 및 사도스키의 선발진 합류, 그와 맞물려 화력이 살아나면서 5월 들어 무려 10승 3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날 양 감독은 꿈에도 그리던 승률 5할을 달성해냈다.
사실 승패차 '-7'을 이렇게 빠른 시일에 메워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프로 감독들은 한 달에 '-3'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의 5월 질주를 높이 살 수 있는 이유다.
이제 롯데는 송승준, 장원준, 사도스키, 고원준, 이재곤까지 5선발진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게 됐고, '핵타선'도 부활했다. 시행착오 끝에 코리라는 든든한 클로저도 갖췄고, 홍성흔도 '백업 좌익수'로서 가치있는 활약을 예고했다.
한 달간의 출혈을 모두 메워낸 롯데, 진정한 시즌 개막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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