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잊혀져가던 유망주가 1군에 복귀했다. 한화 이글스의 김혁민(24)이 팀의 구멍난 선발 마운드를 메우기 위해 1군에 올라와 첫 선발 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2008년 4승, 2009년 8승을 따내며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던 김혁민은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9경기 등판해 4패만을 기록한 채 재활에 돌입했다. 올 시즌에도 개막 한 달이 지나도록 2군에만 머물며 구위를 가다듬고 있었다.
김혁민은 어린이날이던 지난 5일, 1군에 등록됨과 동시에 선두 SK를 상대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다. 1회 수비 실책이 겹치며 4실점(비자책)했지만 2회부터는 SK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5.2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4실점(비자책)을 기록한 김혁민은 합격점을 받았고 당분간 선발 기회를 계속 부여받게 됐다.
김혁민의 1군 등판은 지난해 6월 5일 두산전이 마지막이었다. 거의 1년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이에 대해 김혁민은 "실력이 없어서 지금까지 2군에 있었던 것"이라며 본인의 능력 부족을 탓했다.
그러나 2군에서의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김혁민 본인도 "자신감을 찾아서 돌아왔다"고 힘줘 말했다. 김혁민은 "2군에 있으면서 구위가 좋아진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나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느껴지는 것이 문제"라며 웃었다.
김혁민은 한화 팬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다. 기대감에 비해 성장의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2008년 4승을 거두며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풀타임 선발 기회를 받은 2009년에는 8승 14패 평균자책점 7.87에 머물렀다. 패수도 많았고 평균자책점도 높았다. 한 경기를 잘 던지고 기대감을 부풀린 뒤 다음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최하위 한화는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상황이다. 2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투수 데폴라가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불펜으로 전향했기 때문. 류현진과 안승민 외에는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혁민이 또 다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하며 한화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김혁민은 13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을 지시받았다.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8일만의 선발 등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팬들도 이제는 기대를 안하는 것 같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던 김혁민. 이제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나와 멋진 독수리가 돼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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