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야말로 답답한 인천 유나이티드다. 선수단의 경기력은 물론 내부적인 어려움도 인천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인천은 9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즌 시작 후 정규리그에서 3무2패를 기록하며 첫 승 달성 기회를 또 다시 미뤘다.
10일 열리는 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가 FC서울에 승리할 경우 인천은 15위로 추락한다. 강원FC가 한 골도 넣지 못해 최하위로 떨어질 위험은 없지만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순위다.
3개월 부상 정혁의 '뼈아픈' 부재, 유병수 홀로 고군분투
허정무 감독은 동계 훈련을 통해 플랫4에 기반을 둔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올 시즌 '제2의 유쾌한 도전'을 예고했다. 선수단의 3분의 2가 물갈이 됐지만 시즌 초 대혼란을 틈타 승리를 쌓는다면 리그 후반기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쉽게도 중원에서 공수의 맥을 잡아주는 미드필더 정혁의 부상 이탈은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발가락 피로골절로 일본에서 수술을 받은 정혁은 3개월 결장으로 6월까지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특히 세트피스에서 정혁을 활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크다. 2009년 K리그에 데뷔한 정혁은 올 시즌까지 5골 5도움을 해냈다. 이중 3골을 프리킥으로 터뜨렸다. 다섯 개의 도움 중 두 개가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정지된 동작에서 나왔다.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한 방을 보유한 정혁이 쓰러지면서 유병수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2경기 연속골로 초반 부진에서 탈출했지만 그에게 연결해주는 마법사의 부재는 아쉽기만 하다. 골을 넣기 위해 상대와 더 몸싸움을 하느라 체력 소모는 두 배가 된다.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카파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K리그에 덜 익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병수도 "카파제가 나름대로 괜찮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혁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망주들 언제쯤 터질까?
경기력이 신통치 않으면서 허정무 감독은 컵대회에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며 쓸만한 인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격수 한교원, 김재웅, 유준수 등이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허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수비에 기반을 둔 '실리 축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초반 활약은 미미하다. 특히 인천이 마케팅까지 예상하고 유병수와 ‘수-수’ 콤비로 내세운 유준수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인천의 속을 태운다.
인천의 여승철 홍보팀장은 "서서히 선수들의 조직력이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있다. 한 번 물꼬가 터지면 상승세를 탈 것 같은데 그 해법을 찾기까지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 놓고도 삐걱
처진 경기력은 신임 이사진 선출이 난항을 겪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 5명 중 A씨의 자격이 문제가 되면서 이사진 선출이 무산됐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주주 B씨는 조이뉴스24와 전화통화에서 "신임 이사진 중 A씨의 경우 구단 주식을 단 한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이사에 임명하겠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뭔가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인천이 타 시민구단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인천의 창단과 함께 산파 역할을 했던 안종복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두 차례나 반려되는 소동을 겪었다. 구단 사정에 밝지 않은 인사가 대표이사로 오를 경우 선수단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 좋은 경기력을 위해 허 감독이 원하는 선수 수급 등이 적재적소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허정무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민구단의 생존을 위해서는 선수단과 사무국의 운영 방법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이 구단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현재 A씨는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축구통인 안 사장의 사임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선수단은 어수선한 마음으로 훈련과 경기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어지러운 것이다.
허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별 문제가 없다며 독려에 나섰지만 일부 선수들은 틈이 날 때마다 신임 대표 선임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잘못된 정보가 확대재생산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안 사장이 한나라당 속초-고성-양양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서는 등 정치적인 행보를 했다고는 하지만 선수 출신으로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물이 그만큼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이래저래 속만 타들어가는 인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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