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강원FC 김영후는 최순호 감독과 2006년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부터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리그 최우수선수(MVP), 득점왕 타이틀까지 최 감독 아래서 이뤄냈다.
최순호 감독은 2009년 강원FC 창단과 함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김영후를 우선 지명으로 데려왔다. 프로 무대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마다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그 결과 김영후는 그 해 신인왕에 등극하며 스승 최순호 감독을 빛나게 했다.
지난해에도 김영후는 초반 부진을 딛고 14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 간판 공격수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 김영후는 정규리그 네 경기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컵대회에서 두 골을 넣었지만 정규리그 부진에 가렸다.
김영후의 침묵은 결과적으로 최순호 감독의 사퇴에도 영향을 미쳤다. 4경기 전패에 무득점. 최 감독은 현재 팀 상태에 책임감을 느끼며 전격 사퇴를 선언했고, 제자는 쓸쓸하게 스승의 떠나는 길을 지켜봐야 했다.
최순호 감독의 마지막 무대가 된 6일 오후 강릉종합운동장. 전남 드래곤즈와 컵대회 B조 2라운드에서 김영후는 선발로 나섰다.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강원 관계자는 "김영후는 평소처럼 훈련에 집중했지만 스승의 사퇴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동료에게 패스를 시도하며 기회를 노리던 김영후는 10분 골지역 정면에서 절호의 슈팅 기회를 얻었다. 오른쪽에서 연결된 패스를 강하게 머리로 내리찍었다. 그러나 전남 골키퍼 이운재의 동물적인 선방으로 무위에 그쳤다.
김영후의 투지를 본 동료들도 힘을 냈다. 지난해 경남FC에서 단 두 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강원으로 밀려온 박태웅도 34분, 골과 다름없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이운재의 선방에 땅을 쳤다.
슈팅이 막힐 때마다 강원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최 감독은 아무 말 없이 그라운드를 바라보다 차기 감독이 된 김상호 수석코치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며 해법 찾기에 골몰했다.
후반, 강력한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가며 골 넣기에 집중한 강원은 6분 김영후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바깥쪽 그물을 때린 것이었다. 오히려 28분 전남의 신예 이종호에게 찬스를 내주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시간은 점점 흘러 후반 40분이 됐다. 무득점의 기운이 퍼져갔고 김영후가 직접 프리킥을 차 골대로 연결하는 등 골을 넣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렇지만, 뭔가에 홀린 것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고 추가시간 윤준하의 마지막 슈팅이 골대를 외면하며 0-0 무승부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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