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에 데닐손 이후 또 다른 슈퍼 외국인선수 탄생 조짐이 보인다. 주인공은 지난 6일 울산 현대와 2011 K리그 개막전에서 프리킥으로 두 골을 터뜨린 박은호(24)다.
박은호는 묵직한 프리킥으로 울산을 2-1로 무너뜨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대전이 2002년 7월 20일 이후 울산 원정에서 4무9패로 13경기 내리 이기지 못했던 아픈 역사를 청산했다.
이름만 보면 한국인 선수가 아니냐는 착각을 하기 쉽지만, 박은호는 사실 브라질 국적으로 본명이 케리누 다 시우바 바그너(Qerino da Silva Wagner)다. 2년 계약(1+1 계약)으로 영입할 당시 대전도 박은호를 바그너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바그너와 발음이 비슷한 한국식 이름 박은호로 선수 등록을 했다.
대전 유운호 사무국장은 "경기 당일에 몸살로 울산을 가지 못했는데 박은호의 두 골 소식을 듣고 단숨에 나았다. 정말 속이 시원한 경기였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은호를 영입하기까지 '왕쌤' 왕선재(52) 감독은 온갖 비난과 오해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 팀 동계훈련이 시작된 가운데 외국인선수 물색차 브라질을 찾았던 왕 감독의 당초 계획은 수원 삼성에서 활약하며 2004 시즌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던 나드손(29)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검증된 골잡이 나드손을 영입후보 1순위로 올려놓은 가운데 왕 감독의 눈에 박은호가 걸려들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 차례 열리는 경기가 순연되면서 브라질 체류 기간이 길어졌다.
묘하게도 당시 서포터들이 구단주 염홍철 시장에게 구단 쇄신을 요구하며 왕선재 감독과 구단 사무국 인사의 퇴진을 요구해 왕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더군다나 브라질에서 선수는 안 보고 딴 짓(?)을 하고 다닌다는 헛소문이 돌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복잡한 사정을 뒤로하고 왕 감독은 박은호를 딱 두 차례 본 뒤 선발했다. 돌파력과 예리한 킥이 마음에 들어 큰 맘을 먹고 영입했다. 박은호도 타 구단 외국인선수 몸값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꼬박꼬박 급료를 받는 다른 선수들의 사례를 듣고 선뜻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중국 광저우와 경남 남해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몸을 만들었지만 오른쪽 발목이 좋은 편이 아니라 연습경기 상대팀 감독들로부터는 평범한 것 같다는 낮은 평가가 따라왔다. 그래도 박은호는 칼을 갈며 시즌을 준비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은 마케팅의 극대화를 위해 네이밍 마케팅을 시도했다. 선수들이 바그너를 한국식으로 '그노'나 '근호'로 불러 이에 착안해 박은호란 등록명을 줘 공격수 박성호와 '호-호' 형제로 묶었다. 대전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허락을 해줄지 미지수였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다. 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성공적"이라며 더 큰 활약을 기대했다.
박은호의 현재 몸 상태는 70~80%. 왕 감독은 "컨디션이 더 좋아지면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다. 일단 더 지켜봐야겠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한 경기 활약 만으로도 스타성을 입증한 그에 대해 다른 구단이 몸값을 올려 영입할지 모르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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