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삼성 감독으로 '사자군단'을 이끌어오던 선동열 감독이 급작스럽게 사퇴했다. 사실상 '권고해직'이었지만 선동열 전 감독은 순순히 구단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행복했다"고 대구·영남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선동열 감독은 5일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시무식 및 감독 이·취임식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류중일 후임 감독에게 사령탑 자리를 물려줬다.
급작스러운 선동열 감독의 퇴진에 야구관계자 및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야구계는 이를 지역연고 강화와 순혈주의의 회귀라고 판단했고, 실제로 삼성 구단 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응룡 사장-김재하 단장의 퇴진과 함께 찾아올 수순이었음을 당사자인 선동열 감독도 "나 역시 물러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선동열 전 감독은 불만보다는 행복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삼성 사령탑으로서의 인연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이날 이임식 후 기자회견에서 '다소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물러났는데 대구에 있으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민감할 수도 있는 취재진 질문에 차분히 답하면서 속에 있는 마음을 전했다.
선 전 감독은 "난 복이 있는 사람이다. 처음 제가 옴으로써 영호남 지역감정이 많이 해소가 됐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일본에 있어봤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대구에 있을 때는 너무너무 편했다"며 "대구 삼성팬들 중 안티팬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해준 팬들과 함께 대구에 있으면서 좋은 대우를 받고, 좋은 추억을 가지고 떠난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 선 전 감독은 "삼성은 세대교체를 잘 해내가는 중이었다. 앞으로 류 감독이 잘 하겠지만, 젊은 선수들과 함께 세대교체 후 우승을 하고 그만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미련이 남는 부분에 대한 얘기를 덧붙였다.
이·취임식 동안 선동열 감독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의 호탕한 웃음이 아니라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어색한 웃음이었다. 이렇게 선동열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의 역사 속 인물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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