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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난다' 차별받던 한국소년, 아르헨티나 1부리그 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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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타향살이에 음식까지 맞지 않아 지칠 법도 했지만 소년은 절대로 좌절하지 않았다. 동료가 '냄새 나는 동양인'이라며 패스를 하지 않으면 실력으로 제압했다.

꿈을 먹고 살았던 소년은 한때 원망했던 청각 장애인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4년 1월 아르헨티나 땅을 밟은 지 5년 만에 이방인임에도 주장을 맡았고, 6년 만에 드디어 1부리그 계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렇게 소년 김귀현(20)은 청년으로 성장했다.

23일 대한축구협회는 김귀현이 아르헨티나 1부 리그 아틀레티코 벨레스 사르스필드와 3년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다.

사르스필드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로 하는 팀이다. 1910년 창단해 올해로 100년이 된 전통 있는 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섰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비롯해 골 넣는 골키퍼로 유명한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가 사르스필드 출신이다.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 출신의 섬소년 김귀현은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인재육성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했다. 대신 경상남도 남해군 해성중학교 1학년이던 2001년 남해축구클럽에서 활약하다 아르만도 마르티네스 코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된 마르티네스 코치는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해 아르헨티나 유학을 주선했다. 숙식을 마르티네스 코치 집에서 해결하며 축구 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는 사르스필드의 연령별 팀을 거치며 성장했다. 2008년에는 조동현 감독이 지휘하는 19세 이하(U-19) 청소년대표팀에 소집돼 훈련을 하기도 했다.

사르스필드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왜소한 동양인에게 볼을 내주는 동료는 많지 않았다. '차별'을 눈치챈 김귀현은 기죽지 않고 무서운 실력을 발휘했고 동료가 스스로 패스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김귀현을 본 사르스필드 구단에서는 2009년 그에게 2군 주장을 맡겼다. 그 해 30경기에 나서 3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크게 평가받았고 1군 정식 계약이라는 선물을 품에 안았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김귀현은 170cm의 단신이지만 공중볼 장악은 물론 공간 지배 능력이 뛰어나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꾸준히 몸을 만들고 몸에 해가 되는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이런 철저함은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효과로 이어진다.

2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을 찾은 김귀현이 밝힌 목표는 한국인 최초로 아르헨티나에서 유럽 빅리그로 진출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롤모델이다.

그는 "1군에서는 주로 후보로 활약하고 있다"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라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 지난 19일 입국해 아버지의 칠순잔치로 기쁨을 함께 나누는 김귀현은 내년 1월 17일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간다. 그의 최종 목표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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