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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면 오렌지색 염색'...제주 박경훈 감독 고민 덜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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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가발이라도 쓰려고 했어요."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49) 감독은 아직 50대도 되지 않았지만 머리카락이 백발이다. 평소 "흰머리를 하고 다니니 사람들이 잘 알아봐 주고 괜찮은 것 같다"라며 변화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머리 스타일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하고는 했다.

그런 박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을 앞둔 지난 11월 29일 미디어데이에서 파격 변신을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 우승을 하면 팀 유니폼색인 오렌지색(주황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평소 축구계는 대부분의 지도자가 점잖은 편이라 박 감독의 선언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신태용 감독이 절친한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심권호의 현역시절 유니폼을 입고 람바다 춤을 추는 이색 이벤트로 뜨거운 환영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약했지만 그래도 주목을 끌 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 코치 시절 젊어 보이고자 검은 머리로 자주 염색을 한 후유증으로 두피 상태가 좋지 않다. 때문에 염색이라는 말을 꺼내놓고도 고민이 많았다.

제주 구단에서도 어떻게 하면 박 감독의 말을 실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확실하게 결론이 내려진 것은 없다. 그래서 박 감독도 챔피언결정전의 흥미 유도와 진짜 우승을 위해 말을 꺼내놓고도 머리가 아팠다.

주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가운데 머리에 뿌렸다 감으면 색이 빠지는 컬러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어떻겠느냐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나왔다. 어쨌든 머리 색깔을 일단 바꾼 것이니 내뱉은 말을 실천하는 것은 분명했다.

1일 FC서울과 챔피언결정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처음에는 노래방에서 사용하는 주황색 가발이라도 쓰고 나갈까 생각했다"라며 고민이 상당했음을 은연중 내비쳤다.

휴대가 간편한 스프레이를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가 우승이 확정되면 바로 머리에 뿌리라는 주문까지 이어졌다. 너털웃음을 터뜨린 박 감독은 "서울에 가면 단골 미용실에 가서 컬러 스프레이를 하나 달라고 해야겠다"라며 드디어 머리 아픈 고민이 해결됐음을 선언했다.

박경훈 감독은 스프레이를 쓸 일이 있을까. 이날 1차전에서 제주는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제 우승팀 향방은 오는 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가려진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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