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 5-5로 동점이 되자 배구 대표팀의 노장 석진욱(34, 삼성화재)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인데 후배들이 서브 범실을 하는가 하면 스파이크가 상대의 블로킹에 막히는 등 공수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선수대기석에서 석진욱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목소리 높여 응원과 독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를 내보내지 못하는 신치용 대표팀 감독(삼성화재)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드러났다.
결국, 한국은 24일 중국 광저우 광야오체육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일본과 4강전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02 부산 대회부터 이어온 대회 3연속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서브리시브를 전담하는 석진욱의 경기 중 부상 공백은 치명타였다. 광저우에 입성하자마자 신치용 감독은 "서브리시브가 우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며 공격의 시작점인 수비가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부상 이탈 직전까지 석진욱은 고비에서 알토란같은 7득점을 해냈다. 5개의 블로킹 성공으로 일본 공격의 맥을 끊었다.
석진욱은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던 4세트 12-11 상황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2005년 수술을 했던 그 부위였다. 무릎을 잡은 석진욱은 한동안 코트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투혼을 발휘하겠다는 듯 그는 코트에서 버텼지만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 감독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불러들이며 신영수(대한항공) 카드로 교체했다.
노련한 수비로 팀 균형을 잡아주는 석진욱이 나가자마자 일본은 집요하게 신영수를 노렸다. 상대의 맹폭에 신영수는 몸이 굳은 듯 제대로 리시브를 해내지 못하며 표적이 됐다.
신영수를 바라보는 석진욱의 심정은 애처로웠다. 근처에 있던 서남원 코치와 신진식 트레이너에게 연방 뛸 수 없겠느냐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배구 선수의 생명인 무릎을 더 손상시키면 남은 선수 생활조차 장담할 수 없기에 그의 재출격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석진욱의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 금메달 꿈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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