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을 향해 쐐기골을 터뜨린 염기훈(27, 수원 삼성)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운데다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K리그 정규리그에서 4승1무로 무패행진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는 상승세를 자신의 골로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은 18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하나은행 FA컵' 8강 전북 현대와의 라이벌전에서 2-0으로 완승을 하며 4강에 진출했다. FA컵을 비롯해 컵대회 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정규리그 6강권 등 잘나가고 있는 전북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2006년 전북 현대를 통해 K리그에 입문해 그 해 신인왕에 오르는 등 축구에 눈을 떴던 염기훈은 친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게 경기에 나섰고, 1-0으로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던 후반종료 직전 왼발로 추가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뒤 염기훈은 "홈에서 골을 넣고 승리를 얻어 너무나 기분이 좋다. 최근 팀 분위기가 좋다"라며 즐거워했다. 염기훈이 인터뷰를 하는 사이 승리를 거두며 대기실로 들어가던 수원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팀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자신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왼발잡이인 염기훈은 추가골을 역시 왼발로 터뜨렸다. 오른발로 충분히 넣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왼발로 자신있게 차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승리를 위한 갈망 때문에 양 팀의 경기는 다소 거칠었다. 48개의 파울에 11개의 경고(수원 4개, 전북 7개)가 쏟아지는 등 단판 승부에 대한 압박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염기훈은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큰 부상이 없어 다행이다. 이 기세를 몰아가겠다"라고 말했다.
포스코컵 4강에서 FC서울에 패한 것을 제외하고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는 윤성효 감독은 "전북을 분석하니 에닝요와 루이스만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선수들이 전술적인 지시를 잘 따라줬다"라고 승리 요인을 설명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윤 감독은 "오늘은 원하던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팀이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선수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따르려고 한다"라며 역지사지의 정신이 수원의 상승세를 이끄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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